청소년 선도의 사회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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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흔히「아웃사이더」·「마지널맨」(경계인)등으로 불리는 청소년들 중엔 그들 특유의 편의적 행동 때문에 격동기사회의 문제아가 되는 수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들 비행청소년 문제는 급기야 심각한 사회문제로 화하여 그들의 선도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고 말았다.
내무부가 25일 청소년 선도에 유해한 사회분위기를 제거하며 청소년 선도사업을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도대책을 마련한 것도 문제의 중대성을 올바로 인식한 소치로 짐작된다.
그 동안 청소년선도를 위해「5월 청소년의 달」·「사랑의 종」·「가정의 날」·「청소년회관」건립 등 갖가지 행사와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전개돼 왔으나 아직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 청소년문제는 사회질서의 기저에까지 도전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10대청소년의 비행과 범죄에 비할 정도는 아직 아니나 더 늦기 전에 효과적인 선도 책을 마련, 강력히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
75년 한햇 동안에 발생한 폭력·강절도 등 청소년 범죄만도 2만6천8백30건이나 되며 70년에서 75년까지 6년 동안 전체범죄는 25%가 증가 된데 비해 청소년범죄는 무려 52%나 늘어났다는 통계가 사태의 절박성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청소년범죄의 예방과 선도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엄격한 단속과 함께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뜻과 그 방법을 깨닫게 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전체가 친어버이나 친형제처럼 애정을 갖고 청소년들의 처지와 고뇌를 이해하고 감싸줘야 하겠다. 젊은이들의 잘못과 실수를 꾸짖고 백안시하고 벌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유 없는 반항」을 시도하며 항상 욕구불만과 초조감·좌절감에 젖어있는 것이 청소년의 심리상태요, 생리가 아닌가. 급격한 신체적 발육, 생리적 변화에 따라 호기심과 모험심에 가득 차 어른처럼 담배와 술을 마시고싶고 이성교제를 하고싶으며, 넘치는「에너지」폭발하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이미 모든 성인들이 경험한 바가 아니겠는가. 「어린이 세계」에서「어른 세계」로 옮아가는 과도기에 누구나 겪게되는 홍역 같은 열병을 슬기롭게 앓아 회복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사랑을 갖고 지도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어른들이 솔선수범 해야 한다. 청소년사회는 어른사회를 반영한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도덕적으로 타락된 생활을 하고 부정한 짓을 밥먹듯 하면서 청소년들에게만 모범생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유해환경과 퇴폐풍조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숙한 젊은이들이 나쁜 모방적 충동을 억제하기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중요한 일은 성인위주의 사회시설·사회환경을 좀더 청소년중심으로 바꾸는 일이다. 전체인구의 59%를 차지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회관이나「유드·호스텔」같은 시설들은 성인전용시설의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불균형이 조속히 시정돼야 하겠다. 청소년에 인색한 사회시설을 늘리는 일은 곧 청소년의 비행과 범죄를 막는 길이 될 것이다.
끝으로「금기」에서「권장」으로 지도방침을 바꿔야 하는 일이다. 「장발 말라」「유흥장엘 가지 말라」에서「그룹활동을 하여라」「건전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겨라」고 지도하여 젊은이들이 자율성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청소년 선도는 가정·학교·사회·국가가 긴밀한 협조위에서 적극 추진할 때 비로소 훌륭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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