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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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사춘기 연령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학교 상급반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한 조사는 이미 9세 어린이의 상당수가 사춘기가 갖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보고는 13∼14세를 사춘기 연령으로 보아온 종래의 일반적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곧 우리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는 시기보다 훨씬 일찍 신체적·생리적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순결교육이 보다 일찍부터 실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프로이트」적인 의미에선 인간은 나면서부터 성생활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엄마의 젖을 빠는 과정을 성애의 발달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3세 전후에 이른바 질문기와 자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순결교육이 가능한 한 일찍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다.
발달심리학자들이 어린이들에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성의 과학과 훌륭한 정신생활의 방향을 지도할 필요를 역설하는 것은 타당한 견해이기도 하다.
단순히 성 관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지도와 대책만으로 끝나는「성교육」보다는 일상생활의 기본적 태도를 포괄하는 훌륭한 정신적·육체적 생활의 성취를 위해서「순결교육」은 일찍부터 필요한 것이라고 하겠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적 교육관습에선 성교육은 성에 관한 것은 모두 불결한 것이라거나 기피해야 할 것으로 돌리고 오직 금기와 통제에 전념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것은 발달심리학의 입장으로 보면 무지한 교육, 실패의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신체적·심리적 발달에 상응하는 성교육이 전적으로 무시된 때문이다.
「프로이트」이후 발달심리학의 입장도 오늘날 반드시 추종되어야 할 이론으로 주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현대생활 교육의 구현을 위해서 적합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런 만큼 오늘날 우리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이 공개적으로 교실에서 실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요의 결과다. 다만 전통적 윤리와 생활관습이 뿌리깊기 때문에 그 같은 교육이 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런 단계에까지 이르고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국민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바로 성교육의 조기실시가 요청되는 증거라고 본다면 누구나 당황하게 될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성적발달에 놀라움과 두려움, 혹은 수치감과 죄악감을 아울러 경험하게 되는 어린이들을 올바른 교육으로 감싸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에 대한 그릇된 지식, 그릇된 성 관념이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을 범죄와 도덕적 파탄으로 인도하며 사회적 문제를 촉발한다는 것은 흔히 지적되는 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우리 어린이들이 사춘기의 고민을 점차 일찍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기성세대가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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