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노동당-새 당수는 누가 될까|가열하는 「윌슨」 후계 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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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 돌연히 수상과 당수직을 내놓기로 한 「윌슨」의 자리를 놓고 지금 노동당 안에서 치열히 벌어지고 있는 후계자 경쟁에서 관심의 초점은 좌·중·우 3파간의 각축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고 그것이 이 집권 세력의 정치적 색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데 있다. 18일 현재 이 경쟁에 뛰어든 후보, 즉 「캘러헌」 외상 (64)·「젱킨즈」 내상 (55)·「크로슬랜드」 환경상 (57)·「푸트」 고용상 (62), 그리고 「벤」 동력상 (55)·「힐리」 장상 가운데 「젱킨즈」 「크로슬랜드」가 우파, 「캘러헌」 「힐리」가 중도, 그리고 「푸트」와 「벤」이 좌파를 대표한다.
이들 중 누가 당선될 것인가는 무엇보다 영국 노동당이 지금까지 중도 주류파에 의해 대표돼온 실용주의적 전통을 계속 이어 갈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보다 이념적인 소수파들의 체질적 혁신의 압박이 높아질 것이냐를 가름해 줄 것이다.
눈치 빠른 「런던」의 도박사들을 포함한 믿을만한 여론 조사 결과는 「캘러헌」 외상이 경쟁에서 가자 앞서 있음을 가리키고 있고 정통한 정계 소식통들도 그를 제일 유명한 후보자로 점치고 있다.
선거는 지금 하원에서 3백16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당 의원 총회에서 비밀 투표로 이루어지고 당선은 과반수 이상으로 결정된다.
노동당 의원들의 결정을 좌우하는 당장의 척도는 강력한 노조를 포함한 원내외의 결속과 앞으로 2년 남짓해서 있을 총 선거에서 누구를 지도자로 삼아야 승리를 크게 기대할 수 있는가 라는 극히 정석적인데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업저버」들은 보고 있다.
후보들 가운데 연령이나 경험에서 가장 노숙한 「캘러헌」은 원내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중도적 입장에서 현안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누구보다 나을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 노동당의 큰 기둥인 노조의 현 수뇌진을 포용하는데 있어서도 그럴 것이라는게 그들의 평가다. 「캘러헌」은, 후보자들 중 「옥스퍼드」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노조 운동의 경험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경쟁 세력으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귀족 출신이자 가장 박력 있는 「벤」 동력상에 의해 가장 선명히 대표되는 당내 과격 좌파의 움직임이다. 실용주의적 경향에 치우친 노동당의 「비 사회주의 정당」화라는 것을 지적하고 민주 사회주의 원칙의 새로운 확인과 이의 실천을 요구하는 「벤」의 주장은 실상 당내 좌파의 오랫동안의 입장이었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적 난관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완전 고용·복지 확대·생산과 기업에 있어서의 폭넓은 국가·개입, 그리고 산업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노조 측의 광범위한 경영 참여 요구 등은 노조원들에게 새로운 호소력을 갖고 있다.
그렇더라도 원내 좌파 「트리뷴·그룹」의 세력이 노동당 의원 총수의 4분의 1에 지나지 못하고 원외에 있어서도 그에 동조하는 세력이 그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영도권 경쟁에 이길 가능성이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당수 선거가 당내 좌파 대 온건파간의 전통적인 논쟁을 다시 한바탕 활발하게 불붙일 것만은 명백하고 또 지금 노동당의 원내 세력 기반의 우위가 대단치 않은 것이고 보면 그들의 도전이 가질 수 있는 정치적 효과를 깡그리 무시할만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파의 도전은 별로 화려한 것은 아니다. 영국적 한계 속의 것이나마
사회주의적 교조나 그 개념으로부터의 보다 과감한 탈피를 주장해온 우파와 시정 실제 면에서 혼합 경제의 효과적 운영을 시도해온 중도 주류와의 차이란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좌파 위협이나 노조의 지나친 전투성에 반발을 느끼는 분위기라는 것도 없지 않고 또 「캘러헌」 보다는 훨씬 지성적이고 일반 중산급 선거민에 대한 호소력에서도 나올지도 모르는 우파 「젱킨즈」 내상의 의외의 진출 가능성도 현재로 아주 가볍게 볼 것은 못된다.
그러나 노동당 역시 급격한 변화를 꺼리고 전통에 집착한다는 뜻에서는 보수적 체질을 가진 정당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로 노동당 영도권의 구성이나 자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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