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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소 혈액은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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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혈액은행이 축산의 고장 제주소에서 문을 열어 소의 폐사율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소혈액은행은 지금까지 버려졌던 건강한 도살 소의 오염되지 않은 싱싱한 피를 채혈, 보관했다가 병약한 소나 저단 (저부) 백혈증 (빈혈증)등을 앓는 소에 수혈, 병을 고치고 있다.
소혈액은행의「아이디어」는 지난해 3월 제주도 가축보건소(소장 김병추·45)가 제주도에서 봄철과 겨울에 영양실조·각종 질병 등으로 폐사하는 소가 많은데 착안, 지금까지 그대로 버려지는 도살 소의 피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제주시 일도동 고인배씨 (41) 소유 3살 짜리 한우와 남제주군 대정읍 하모리 강철언씨 (40) 소등 5마리가 저단백혈증으로 앓고 있는 것을 찾아내 시험수혈한 결과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이어 올해는 제주도축산개발사업소의 소 7마리를 비롯, 남제주군 남원이 태흥리 관흥농장 소 15마리와 북제주군 구재면 세화리 부두호씨(50) 소등 25마리에 대해 1회5백cc씩 3회 수혈했다. 그 결과 진드기에 의한「피로·프라스마」와 저단백혈증이 완전히 회복돼 자신을 갖고 지난달 20일 정식으로 소혈액은행을 발족, 우선 영세 양축농가에 부료로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규모농장에서는 간혹 이같은 방법이 쓰여져 왔지만 영세 축산가들은 소들이 턱이 붓는 저단백혈증이나 진드기로 인한「피로·프라스마」, 고사리중독 등의 병에 걸리면 고치기 힘든 병으로 알고있기 때문에 소혈액은행은 일반 영세 양축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가축보건소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내 소 5만7천여 마리 가운데 78.1%가 연간 한차례 이장 질병을 앓으며 이중 저단백혈증이 2%, 진드기피해가 3%, 영양실조가 4.3%이며 연간 폐사율은 평균 3∼5%에 이른다는 것. 이에 따라 이 소혈액은행이 잘 활용된다면 연간 최소 1천∼2천 마리의 소를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혈액의 공급도 제주에서 하루 도살되는 소 10여 마리 가운데 건강한 소만 올라도 하루 1만cc의 채혈이 가능해 별문제가 안 된다는 것. 소의 혈액은 항응고제 20%액과 섞어 섭씨 4∼5도에서 3주쯤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관에도 문젯점이 전혀 없다는 것.
가축보건소장 김씨는『새로운 치료법은 아니지만 버리는 소의 혈액으로 소의 폐사율을 줄일 수 있다는데 뜻이 있다』고 말했으며 제주축산개발 사업소장 박진열씨(45) 도『다른도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던 것을 축산의 고장 제주도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신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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