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이 겸업 안할 수 있나-박용구씨의 『음악은 특수지대인가』를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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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누구나가 우리민족이 세계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 보다 탁월한 예술적 재질을 가지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다. 그것은 박 선생도 『가무적인 재질』이라고 표현했듯이 역사의 기록으로 알 수 있고 현재 국내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이나 세계악단에서 활약하는 젊은 예술가들도 충분히 입증해 주고있다.
우리는 세계악단의 정상에 도전하는 젊은 음악인들(가령 김영욱 백건우 정경화 정명훈 등)의 성장과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모두 연소해서 국외에 나가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찍 국외로 나가게된 가장 큰 동기는 우리 나라의 교육제도가 이들 예술가를 키우기에는 너무도 과중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연주가가 탄생되기 위해 연소할 때부터 적어도 하루 너댓시간 자기의 전공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책가방으로 한쪽 어깨가 찌그러져 다녀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국내에서 천재나 수재를 기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찌기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서울예고와 예원학교 같은 교육기관이 창설되어 우리 나라 예술발전에 공헌하고 있지만 대학입시의 벽에 부닥쳐 소기의 목적에 차질이 생긴다고 들어왔다.
나는 30년 가까이 대학입시에 관계하면서 뛰어난 실기득점을 가지고도 학과점수로 인해 떨어져나가고 실기는 대단치도 않은데 학과성적이 좋아서 합격되는 예를 수없이 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예비고시면제 운운하게된 진상은 이렇다. 국민학교에서부터 중·고교의 정규과목으로 들어있는 음악을 대학예비고시 과목에서 제의함으로써 고3에서는 아예 수업과목에서 빼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전인교육시책에도 위배될 뿐더러 또한 현재 각 음대의 입시과목에는 수학과목이 없으니 예비고시과목에 음대를 지망하는 지원자에게는 수학대신 음악과목을 넣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취지에서 「음협」에다 예술원의 음악분과위원전원, 그리고 각 음대의 기관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하고 지난 2월21일 처음 모임에 참석(예술원회원은 한 분도 참석치 않음)하여 앞서와 같은 취지를 설명하고 동조해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서울대교수들의 당초 뜻과는 1백80도 변질된 건의서가 그후 문교부에 건의되었다는 보도에 접하여 우리 서울대교수들은 당혹하고있던 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은 서울대음대교수들은 누구하나도 예비고시제를 면제해달라는 의견을 교수회의에서 발언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천명해둔다.
그러나 박 선생의 몇 가지 이야기 가운데 독선적 견해에 이의가 없지 않다. 박 선생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음악교육기관은 『신부후보생』만 양성해놓아 그들이 가정에 들어가면 음악회에 한번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단언을 내리는데 무슨 「데이터」를 가지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지 궁금하다.
또 교사겸직 음악가 운운과 국고의 뒷받침 없이 겸직 아닌 <솔리스트>…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평소 내가 존경하던 평론가답지도 않은 견해의 좁음에 아연실색을 금할 길 없다. 이 지구상에 교수겸직이나 국고의 뒷받침 없이 「솔로」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음악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후학들을 위해 좀 손꼽아 주기 바란다. 내가 알기로는 세계적인 연주가들의 거의 대다수가 대학의 교수직이나 「오키스트러」의 「플레이어」아니면 「오페라」단의 전속으로서 음악활동을 한다고 듣고있다.
외국의 예를 누누이 들것도 없이 수십년 동안 음악평론가로 통해오는 분께서 딴 직장을 안 가지고 음악평론만 가지고 생활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음대를 나왔다고 다 음악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좀 버려 두었으면 한다. 그런 사고는 인문대학을 나오면 다 국문학자나 외국문학자나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변해야 되고, 법대를 나오면 다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환상을 갖게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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