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중 경제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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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획원은 5일의 월간 경제경향보고에서 수출실적의 호조, 신용장내도액의 급증, 산업용 건축허가면적의 배증 등 요인을 들어 경기회복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실히 연초부터 수출은 이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목표의 상향재조정론까지 대두하고 있을 정도다. 주요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수출에도 활기가 생기고 있음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난 2개월간의 수출실적이나 신용장내도액만을 가지고 너무 성급한 낙관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경기회복요인으로서의 수출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2월까지의 수출실적 증가나 신용장내도는 주로 섬유류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아직은 수출증가추세를 곧 경기회복의 선항지표로 간주하기는 이르다.
수출증가가 국내경기의 일반적인 회복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와 수출구조가 접근하는 방식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가 여실히 나타나야 한다.
다음으로 2월까지의 물가상승률과 국내여신증가 및 금융저축증가의 상호관련성으로 보아 안정기반의 확보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남아 있어 경기회복이 본질적인 동향으로 착실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2월중의 소비자물가가 1·6%나 오르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점이다. 물가정세의 불안과 표리관계에 있다할 국내여신증가와 저축성예금 증가폭의 괴리는 경기제약요인으로서 주목되어야 할 요인이다.
국내여신증가가 두달 동안에 1천9백69억원이나 되는데 금융저축증가는 8백67억원에 불과해서 수출지원·성장지원을 위한 비「인플레」적인 재원조달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만일 금융저축과 국내여신사이의 「갭」을 축소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강구되지 못한다면 금융애로 때문에 수출지원·성장지원은 애로에 봉착할 것이고, 그 때문에 경기회복에 저지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내경기회복은 일반적인 건축경기의 회복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본질적인 동향으로 정착되기 어려운 사실을 고려할 때 비록 산업용건축은 증가하고 있다 하더라도 총체적인 건축활동수준이 전년동기비 6·9%나 감소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국내건축경기의 회복징조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면 민간소비의 증가가 있어야만 내수회복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수출·투자·소비의 세 가지 경기요인 중 수출만이 호전되었을 뿐 내수부문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내수침체·수출호조는 국제수지가 불균형인 경제가 불황을 효과적으로 탈출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임을 생각한다면 내수를 회복시키지 않고서 수출을 촉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정석이 현실적으로 통용될 수 있느냐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내수기반 없이 수출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내수침체하의 수출은 그 수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출적자를 내수에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드라이브」정책이 가능했던 그 동안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내수회복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면 일반적인 경기회복을 크게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국제적으로 국내경기의 회복과 수입억제라는 자기이익중심의 경기대책이 일반화하고 있는 지금 국제무역의 일반적인 호전을 우리가 성급하게 기대하여 국내정책을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될 줄로 안다. 미국의 「프라임·레이트」가 근자 하강추이를 멈추고 다시 상승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세계경제의 움직임은 여전히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동시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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