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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억제의 문화적 유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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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구억제를 더욱 강력히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부는 전담기구로서 인구정책심의회를 설치키로 했다.
6·25후의 53년부터 58년까지에 있었던 이른바 「베이비·붐」으로 말미암아 확대된 연령층이 가임연령으로 성장하게 될 오는 79년께부터 인구증가율은 그 동안의 감소추세에서 도리어 증가추세로 반전하리라는 예측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인구증가율의 반전을 효과적으로 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강력한 대책이 추진되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확실히 인구밀도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나라중의 하나인 한국으로서는 인구억제를 위해 무엇인가 비장한 노력이 집중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있다. 자원이 모자라고 소득수준이 낮은 우리의 실정에서 인구증가율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때 공업화의 가속화는 물론, 국민의 평균후생증대를 위한 제반 시책도 결국 휴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인구의 증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겠느냐에 이르러서는 별 다른 묘안이 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그 동안 개발도상국가 전체를 통해서도 가족계획사업이 가장 모범적으로 추진되어 인구증가율을 급속히 낮춘 대표적인 나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족계획이 곧 피임사업으로 잘못 이해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부터는 단순히 피임이라는 소극적인 방법에 의해서 인구를 억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던 잘못부터 고쳐 생각해야 한다.
우선 가족계획사업의 추진과 더불어 물질적 유인보다도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과 계몽을 한층 강화해야하지 않겠는가를 그 비용과 핵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좀더 면밀히 검토해 봄직하다. 오늘날의 경제동향이나 세계경제의 장래에 대한 전망으로 미루어 볼 때, 인구억제는 물론 공업화의 보편적인 추진에도 근본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주목할 수 있다. 공해의 확산과 자연환경의 파괴, 자원의 점진적인 고갈 등 요인을 고려할 때, 공업화의 추진에 의한 인구흡수에도 한계가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구억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계몽의 차원부터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적 단위에서 본 공업화나 잘살기 운동의 일환으로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지구적인 시야에서 인구문제를 모든 국민이 새로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인구억제를 물질적·경제적인 차원에서만 강조한다면 1인당 GNP가 늘고 있는 실정에서 인구억제의 필요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정규교육 과정에서의 인구교육문제는 종래의 가족계획에서 내세우던 구호의 차원에서 보다는 인류의 장래에 대한 책임의식과 문화생활의 보람이라는 각도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줄로 안다.
어차피 인류는 물질적 추구를 모든 행동체계의 중심으로 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할 처지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며, 또 오늘날 주요선진국의 인구증가율이 거의 영에 접근할 수 있게된 근본적인 이유도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적인 유인의 우선과 생의 보람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되는 것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야에서 볼 때, 인구증가율의 억제는 국민의 문화적 감각에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점 인구정책에서 깊이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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