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다 3~4월에 등산, '무릎·발목 삐끗' 환자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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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기온이 급등해 초여름 같은 봄이 계속되면서 바깥나들이가 많이 늘었다. 도시 주변 산에는 주말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등산객이 붐빈다. 겨우내 야외활동을 안 하다 바깥으로 나올 경우 몸이 마음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갑자기 무리한 야외활동을 하다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박모(75) 할머니는 최근 북한산에 올랐다 하산하던 중 발을 헛디뎠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발이 꺾였고 순간 왼쪽 발목이 돌아갔다. 응급실로 실려왔고 정밀 진단을 해 보니 왼쪽 복숭아뼈 골절(발목골절)이었다. 뼈를 맞췄고,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게 와이어와 금속판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했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봄철 야외활동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 등을 포함한 무릎관절증과 발목이 삐끗하는 발목염좌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최근 5년간(2009~2013년) 3~4월에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무릎관절증 환자는 3월 병원을 찾은 환자가 2월에 비해 14.6% 증가했다. 4월은 전달에 비해 4%, 5월은 전달에 비해 3% 늘었다. 발목염좌 환자는 3월에 비해 4월 환자가 38% 껑충 뛰었다.

 무릎과 발목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준비운동 부족 때문이다. 겨울에는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무릎과 발목의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높은 산에 오르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관절이나 근육과 인대에 무리가 가면서 사고가 난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런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 무릎관절증 환자 10명 중 9명(89.2%)이 50세 이상이었다. 70세 이상이 26.4%로 가장 많았고, 60대(28.9%), 50대(24%) 순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근력 등이 약화되면서 연골 세포의 치유능력이나 관절보호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많다. 환자 10명 중 7명(72.2%)은 여성이다. 남성의 2.7배다. 30대 전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그 이후에는 여성이 점차 증가해 50세 이상이 되면 여성 비율이 70% 이상으로 올라간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어 골밀도가 감소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아프고 붓거나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안 쓰고 안 아프면 좋아졌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쓰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운동치료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많이 손상됐을 경우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완치는 쉽지 않다.

 특히 무릎이나 발목은 산길이나 계단을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 평지보다 내리막길에서 몇 배 큰 하중이 무릎·발목에 실리면서 부담을 준다. 그만큼 다칠 위험이 높다. 산행할 때는 등산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근육과 관절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 전체가 바닥에 닿게 걷고, 배낭의 무게는 되도록 줄여야 한다.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은 기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한다면서 유산소 운동이나 유연성 운동만 중시하고 근육운동을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고 쉬기만 하면 근육을 키울 수 없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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