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력시위 벌일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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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연락장교 접촉에 연락관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군사분야에선 유엔사는 물론 남한과도 모든 접촉을 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판문점 연락장교 접촉은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유일한 정례 접촉인데다 북한군은 지난 19일 유엔사의 장성급 회담 개최 제의를 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서해교전 직후 시작된 연락장교 접촉은 매주 수요일 양측의 소령 또는 중령급 장교가 참석하는 회의로 특별한 의제가 없어도 열려왔다.

'접촉 중단 배경'=북한군의 연락관 파견 중단 배경은 북한이 올 들어 본격화해온 '대미(對美) 압박'의 일환으로 보인다.

장성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이찬복 상장 명의로 유엔사 수석대표에게 보내온 전화통지문에는 "미군 측이 계속 오만하게 나오는 한 조선 인민군 측은 그들과 마주앉는 게 무의미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은 지난달 17일에도 담화를 통해 미국이 제재를 가해 온다면 정전협정에서 금지한 북한에 대한 '봉쇄행위'로 간주, 정전협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대한 조치 무엇인가"=북한군은 전화통지문에서 "미군이 지금과 같이 정전협정을 전면 유린하고 조선 반도의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고 간다면 자위를 위해 정전협정과 관련한 '새로운 중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새로운 중대 조치가 어떤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전협정을 무실화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들로 보인다.

이런 조치들에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무력시위를 벌이다 복귀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을 악용해 핵재처리시설 가동과 대포동 2호 발사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파괴적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철희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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