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저·박준택 역|비극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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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삶의 고독과 자유를 누구보다 구가한 철학자이며 실존주의의 선구자이기도 한 「니체」는 철저한 적극적 허무주의의 철학자라 하겠다. 적극적 허무주의는 「니체」 자신이 염세적인 허무주의자였지만 「니힐리즘」의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부정·자기초월의 고난 속에서 실존의 삶을 구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니체」의 철학적 발전은 ①「쇼펜하우어」와「바그너」를 존경하면서 고대 「그리스」문학의 비극적 정신을 동경하던 시기 ②「바그너」와 이별하고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시기 ③「초인」 「힘에의 의지」로 표현되는 「디오니소스」적 「파토스」로「니힐리즘」을 극복하는 3시기로 나눠진다.
『비극의 탄생』은「니체」의 첫 시기, 「바그너」와「쇼펜하우어」를 존경할 때 쓰인 책이다. 따라서 「바그너」에게 헌정 됐다.
이 책의 중심 내용은 고대 「그리스」 문학의 조형예술(서사시·미술 등)의 상징인 「아폴로」적인 것과 비 조형예술 (서정시·음악·무용)의 상징인「디오니소스」적인 것과의 사이에서 「그리스」 문화의 비극이 탄생됐다는 것이다. 특히 양자의 대립·모순을 통한 근원적 삶으로의 합일·결함 속에서 진정한 비극의 의미를 「니체」는 찾았다.「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압세)이 「아폴로」적인 것(낙천) 즉「소크라테스」적인 것에 의해 붕괴됨을 보고 「소크라테스」가 「그리스」문학의 진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본서에서 혹평하고 있다.
따라서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기조로 하는 희랍 비극의 재생을 독일의 민족문학 창조 속에서 열망했다. 결론적으로 「니체」는「베토벤」의 음악, 「칸트」·「쇼펜하우어」의 철학,「바그너」의 「오페라」속에서 비극의 부활을 탐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저술된 것이 『비극의 탄생』이기 때문에 「니체」의 초기사상에 접하는데 좋은 안내자 구실을 하고 있다. 『비극의 탄생』은 철학도 뿐만 아니라 음악·문학·연극·미술학도들에게 예술의 한 길을 알려주는 필독의 서라고 생각된다. 역자는 중대 철학과 교수.<박상현(철학·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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