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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확인될 브레즈네프 노선|막 오른 제25차 소련 공산당대회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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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천명이 넘는 시골사람들이「모스크바」에서 「10일 천하」를 누린다. 시내의 최고급「호텔」객실을 모두 무료로 차지하고 「차이카」「볼가」등 「리무진」승용차로 거리를 누빈다. 1천5백만 공산당원 중 각기 3천명의 선량으로 지명되어 「크렘린」궁의 대 회의실에 모여 열흘 동안 긴 연설을 듣고 「리드미컬」한 박수를 치며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25차 소련 공산당 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이다.
이 대회는 당의 최고 기관으로 되어 있지만 대의원이 정책방향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 당정치국과 중앙위에서 미리 마련되어 제출된 모든 주요한 정책을 장시간의 연설을 듣고 토의 없이 박수로 통과시키는 것이 대의원의 일이다.
그러나 이 대회는 소련에서는 5년에 한번 있는 최대의 정치적「쇼」다. 소련지도부의 내외정책방향·경제계획이 제시되고 권력구조가 드러나는 등 「크렘린」의 비밀을 노출한다.
더우기 24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공산당대회는 「데탕트」를 둘러싼 「크렘린」지도부내의 대립설, 심심찮게 나돌던 「브레즈네프」당 서기장의 조기 퇴진설 등이 얽혀 주목을 끈다. 특히 혁명세대에 속하는 현 지도층의 노화로 조만간 등장할 혁명 후 세대, 즉 늦어도2∼3년 내 권력의 정상에 오를 젊은 인물들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될 것이다.
24일 첫날 대회에서 「브레즈네프」가 장장 6∼7시간의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되고 있다. 이 연설은 지금까지의 실적을 평가하고 앞으로 5년 동안의 소련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연설이다. 이 연설을「브레즈네프」가 하게 됐다는 것은 아직도 그의 당내 지위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브레즈네프」에 대한 당내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전략 무기제한 회담(SALT)·「유럽」공산당대회·「브레즈네프」의 미국방문 등 지난해의 시간표가 모두 뒤틀어졌다. 또 내정문제로는 여러 햇 동안 겹친 가뭄으로 농업이 부진, 경제가 침체되어 71년의 24차 당 대회에서 「브레즈네프」가 간판으로 내걸었던 소비물자정책을 중공업우선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그의 가장 아픈 점이었다.
그러나 그의 권력기반이 이른바 「드니에프르·마피아」로 불리는 정치국·서기국을 비롯한 당·행정부내의「브레즈네프」인맥은 그에 대한 정치적 도전에 대한 바람벽이 되고 있다. 「드니에프르·마피아」란 「브레즈네프」가 「우크라이나」의「드니에프르」강 지역에서 성장, 이 지역에서 당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을 중용하는데서 서방 「매스컴」에서 붙인 이름이다.
최근 소련의 「매스컴」이「포드」미 대통령이나 「키신저」를 지칭하여 「제국주의」를 비난하는 어조가 경화된 것을 두고 「브레즈네프」의 「데탕트」정책이 강력하게 도전 받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소련에서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전통적으로 당의 이념이 정치현실을 압도해온 관례에 비추어 이는 그렇게 심각한 것은 못된다.
오히려 금년 1월부터 2주 가량 소 연방 각 공화국에서 일제히 진행된 지역공산당대회에서 「브레즈네프」지지세력이 훨씬 강화되어왔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당 대회에서 강경파 「셀레핀」전 정치국원계열인 당 제2서기를 바꾼 것을 끝으로 각 지역 당 조직이 「브레즈네프」파일 색으로 개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번 25차 당 대회가 종래「브레즈네프」정책에 대한 지속과 안정을 주제로 삼을 것을 시사한다. 이번 당 대회서 거론될 것으로 일부에서 관측하는 자유보장이라든가 헌법수정문제보다는「데탕트」·농정 문제 등에 더 비중이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흐루시초프」가 처음거둔,「브레즈네프」도 몇 차례 시한까지 박아 약속했다가 불발로 끝난「스탈린」시대의 헌법수정문제도 아직 상당한 수의 정치국원이 반대하고 있어 이번 당 대회에 제출되기 힘들 것 같다. 결국 이 헌법 수정도 이번 당 대회 마지막 날인 다음달3∼4일쯤 발표될, 중앙위·정치국·서기국의 인적구성에 앞으로의 그 성부가 좌우될 것이다.
최대관심사인「브레즈네프」의 진퇴문제는 그가 당분간 현직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권력이양에 관한 규정이 없고 원만하게 지도층이 교체된 전례가 없지만 현재의 소련지도부는 전과 같은 돌발적인 사태를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 나돌고 있는 빠르면 금년, 늦어도 2∼3년 안의 「브레즈네프」은퇴설을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번 당 대회에서 그 후계자에 대한 최소한의 암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당 대회에서 중요연설을 하는 인물이라든가 두드러지게 당내서열이 올라가는 인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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