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졸업생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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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8일 중앙대를 필두로 1975학년도 대학졸업식의 막이 올랐다.
올해에도 근 4만명의 대학졸업생들이 희망과 의욕으로 충만한 미래상을 안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4년, 또는 6년 동안 한국적인 특수한 여건과 갖은 시련 속에서도 젊음의 정열과 지성을 연마하면서 학문적 연찬의 한 시기를 성공적으로 끝맺고 학부모와 친지·동료들의 축복을 받게된 우리 사회의 보배들이다.
사실 대학졸업은 단순히 고등교육과정을 끝냈다는 뜻에서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유위한 젊은이들이 국민학교로부터 시작되었던, 적어도 16년의 전형식 교육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국가사회의 장래에 무한한 가능성을 더 해주는 역군이라는 점에서 온 겨레의 축복을 받을만한 것이다.
그동안에 감내해야 했던 막대한 경제적인 부담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오랜 기간 정신과 육체를 갈고 닦은 젊은이들이 그 각고면려의 보람을 안고 사회에 신선한 피를 공급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다는 것은 대견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한 송이 꽃, 하나의 생명이 찬연한 한 시절을 누리기 위해 실로 오랜 참음과 견딤의 아픔을 필요로 하듯, 우리의 젊은이들은 자신과 국가사회의 참되고 보람된 삶을 위해 오랜 세월을 인내하고 정려 했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더우기 올해 대학의 문을 나서는 이들이 학창생활 중에 겪어야했던 한국적인 도전과 갈등의 기억은 아마도 일생을 통해서도 다시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일 것이다.
대학이란 본래 진리를 사랑하고 정의를 주장하며, 인간성의 유지, 이성적 질서의 수호자로서 그 이념적 체계를 국가사회 전체에 제시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대학은 이성적 질서를 깨뜨리지 않으려 하고 정치적 투쟁의 현장에 뛰어들기를 애써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점에서 우리대학들이 스스로의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의 한계 앞에서 남다른 고통으로 침잠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결코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젊음을 불태우며 추구하고 온갖 고통 속에서도 끈질기게 견딘 보람은 그런 만큼 값진 것이다.
이런 시련 가운데서야말로 대학은 자라고 대학정신은 계승되며 나라의 미래는 건실하게 다져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순수한 정열로 추구되었던 진리는 사악한 타산과 위압 속에 영구히 패배되거나 매몰·질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교문을 나서려는 졸업생제군은 그들이 사랑하고 아꼈던 대학과 대학정신을 기억함으로써 현실사회에서도 누구보다 절실하게 삶의 진실을 추구할 보람과 의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험난한 인생의 여로는 지나간 학창시절의 시련보다도 더욱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불의와 부정의 유혹,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사회부조리의 도전은 훨씬 심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의 대학생들이 향유했던 혜택은 동년배의 형제들 보다 비교적 큰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을 위한 활동 못지 않게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해야할 도덕적 책임도 없지 않은 것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격려도 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보다 훌륭한 일을 성취하여야한다는 모든 이웃들의 선의의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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