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병 전염시킨다는 혐의 받고|문 닫는 「파리」 식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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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의 모든 식물을 보관하고 있다는 유명한 「파리」 식물원이 문을 닫아야 할 입장에 놓였다. 「프랑스」자연사 박물관장 「J·누벨」 교수가 유서 깊은 이 식물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속에 관상용으로 들여다 놓은 열대 지방의 동물 때문. 「파스퇴르」 연구소의 「앙드레·도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소 동물원의 짐승들이 「멜리오이도스」(melioidose)라고 불리는 병을 유발시키는 「휘트모」(White-more) 보균자들임이 밝혀진 것 이다.
인지 반도를 비롯한 동남아·「자르」「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 그리고 「이란」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무서운 풍토병이 이들 동물로부터 인간에 전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프랑스」에서 토착화되기 전에 최대한의 조치를 선택한 것이다.
이 조치를 내리기까지에는 소 동물원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전 박물관 종사자들이 모두 혈액 검사를 비롯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이 결과 15명이 보균자였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등 「멜리오이도스」 유행 지역에는 항상 모든 동물들이 이 병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민들도 대부분 보균자지만 면역이 돼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온대 지방의 사람들은 이 병균에 대해 면역성이 없다. 이들에게 병균이 옮겨지면 무서운 재앙이 벌어지는 것은 자명하다는 점이 「파스퇴르」 연구소 조사 「팀」의 결론. 더우기 이것이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온대권으로 퍼져 나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또 「멜리오이도스」는 결핵을 유발시켜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화농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병인데다 균의 확산력도 강력해 삽시간에 인체의 모든 기관에 퍼진다는 것이 전 인도지나 「파스퇴르」 연구 소장 「J·프르니메」 박사의 현지 연구 결과다. 병균이 폐에만 옮겨도 50%의 사망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하간 식물 보유면에서 뿐만 아니라 종자 개량 면에서도 자연계에 숱한 공헌을 남긴 「파리」 식물원이 안전 조치를 위해 문을 닫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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