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생산적 「유엔」 외교의 지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 외무장관은 7일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에서 「유엔」의 한국 문제에 대한 비생산적 토론과 남북한 표 대결 방식이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연례적인 한국 문제의 「유엔」 총회 토의는 실제로 우리의 통일·안보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한국 문제 토의가 정치 선전 내지 설전의 대상으로 취급돼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커녕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마저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문제의 「유엔」 토의를 종래의 방식으로 계속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종래의 「유엔」 외교 방식을 벗어나는데도 그 나름의 문제가 없지 않다. 북괴와 그 지지국들이 올해에도 한국 문제에 관한 그들의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북괴는 「유엔」에서 주한미군의 철수와 「유엔」 군사의 해체를 획책해 한반도에서 힘과 평화 유지 체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을 불변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만큼 작년 「유엔」이 총회에서 공산 측 결의안의 통과를 본 이들이 금년을 그들 안이 단독 통과하는 호기로 삼으려 할 것은 뻔하다.
이 경우 우리가 이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공산 측은 「유엔」을 그들의 선전 독무대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때문에 싫건 좋건 상대가 「유엔」에 집착하는 한「유엔」이란 「그라운드」를 피하는 식의 대책에는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앞으로의 「유엔」 대책은 한국 문제 토의를 냉각시키는 것이라야 하되, 공산 측의 도전을 피하려고만 하는 소극적 대응이어선 곤란 할 것 같다. 오히려 한국 문제를 「유엔」에서 떠들어대는 자체가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킨다는 점을 회원국들에 더욱 적극적으로 인식시켜 능동적으로 한국 문제의 「유엔」 계기를 억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작년 「유엔」 총회에서도 10여개 중립국들이 직접 당사국간에 합의점이 마련 될 때까지 한국 문제 토의가 연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 일이 있다. 물론 이 것도 하나의 가능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싯점에서 어떤 한가지 방법만을 청해 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한국 문제는 남북 대화·4자 회담·확대 회담 등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서만 해결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이 해결 방식에 배치되는 어떤 결의를 「유엔」 총회가 채택하더라도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그 동안의 교훈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유엔」에서의 설전만을 격화시켜 당사자간 해결 분위기만 해칠 뿐이다.
당사자간 해결이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이에 부합 될 수 있는 가능한 여러 방법을 우방들과 협의, 구사하는 신축성 있고 능동적인 외교 노력이 있어야겠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단순한 득표 차원에서가 아니라, 우방 및 비동맹국들과 실질 관계의 증진을 꾀하는 쌍무 외교를 통해서 국익 신장에 노력하겠다는 태도는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비동맹 외교의 여건도 결코 좋지가 않다는 것을 또한 외면할 순 없다. 특히 오는 8월 비동맹 정상 회담을 기해 더욱 격렬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북괴의 책동과 우리의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로 빚어지는 문제들은 좀더 슬기로운 방법으로 극복돼야 할 「핸디캡」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외교가 치중해야 할 부문은 역시 안보·경제 외교다. 더구나 이는 남북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행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외교관들의 남다른 사명감과 자질 향상이 긴요하다. 외교관들이 경제 분야 등의 전문 능력과 특수 외국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획기적 조처가 시급히 강구되어야 할 이유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