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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북한의 국력 갈수록 벌어진다-박 대통령·근혜양, 민단간부들과 환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분홍빛 한복을 입은 근혜양과 함께 6일 하오 재일 거류민단간부일행 42명을 청와대에서 접견, 다과를 베풀며 조총련계 재일동포 구정모국방문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 대통령이 나눈 대화요지.
▲박 대통령=이번에 수고들을 많이 했습니다. 먼저 온 재일동포들은 벌써 떠났지요.
▲이희건(재일 한국인 신용조합연합회장)=네, 일찍 온 사람들은 일부 떠났습니다. 지난 추석 때부터 시작된 재일동포 모국방문에 국민들이 따뜻한 환영을 보여주어 감사합니다.
▲박 대통령=민단 여러분이 헤아릴 수 없는 노력을 한 결과 고생한 보람이 있었읍니다(다과를 권하며) 어제 환영대회 장면을 TV로 보았는데 퍽 좋더군요. 그런데 왜 우리말을 잘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보배씨 아들은 조총련계고교에 다녔다고 하는데….
▲이희건=조총련계학교에서는 정치선전만 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재미가 없어 공부를 안 합니다.
▲박 대통령=민단이 작년 8·15이후 재일동포모국방문을 위해 열심히 일 했는데 김신삼씨(재일 대한부인회장)등 여성단체가 고생을 많이 했지요.
이번에 민단 여러분들은 모국방문단과 함께 지방에 갔었죠?
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던가요?
▲김기록(병고현 지방본부단장)=우리나라 발전상을 보고 깜짝 놀라며 조총련의 허위선전에 지금까지 속아왔다고 통탄들을 하더군요.
▲박 대통령=조총련의 허위 선전에 그렇게 감쪽같이 속을 수 있습니까. 민단과 접촉이 없다 하더라도 일본사람들 수10만명이 우리나라에 왔다 갔는데 이들 얘기만 들어도 허위선전을 믿지 않았을 것이 아닙니까. 이번에 온 사람 중에서 민단계 신용조합을 통해 보조를 받은 사람이 있읍니까?
▲이희건=보조가 아니라 대부를 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잘했습니다. 그런 방법이 좋습니다. 평양방송은 재일동포를 돈을 주고 사왔다고 허위선전을 하더군요(웃음). 또 한국에 온 동포 중에는 조총련계는 하나도 없다고 허위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모국 방문단으로 온 사람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배웠다고 하지만 불국사에 가서 부처님 앞에 손을 모아 절을 하는 것을 보니 공산주의 사상도 별게 아니더군요. 이북에는 종교도 없고 조상에 대한 숭배도 없읍니다.
오로지 김일성이란 조상 하나 밖에 없읍니다.
이북에 가봐야 묘소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추석성묘 상호방문을 제의했더니 거절하더군요.
▲윤달용=재일동포 모국방문으로 민단측은 사기가 많이 올라갔읍니다.
▲박 대통령=앞으로 2년만 재일동포의 방문이 계속된다면 조총련조직은 무너지고 말것입니다. 물론 월급을 받는 골수분자들은 남을 것이지만. 국내에서 재일동포의 모국방문 돕기운동을 벌여 10억원을 모금했습니다.
자기 능력으로 올 수 있는 사람은 지원이 필요없겠지만 곤란한 사람은 민단과 대사관이 잘 협조하여 도와주도록 하십시오.
▲민단교포=조총련의 방해공작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읍니다. 「오오사까」에서는 조총련이 「비라」를 뿌리며 돈으로 매수해 간다고 악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모국 방문만에 상당한 협조를 해주었습니다. 재 입국허가도 해 주고 공항에는 일본경찰이 나와 조총련의 방해를 막아줬어요.
▲박 대통령=재일동포들이 조총련에 깜빡 속은 것은 일본언론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북한에 관한 것은 크게 쓰고 한국에 관한 것은 나쁜 말만 썼는데 요즈음은 많이 좋아졌읍니다. 결국은 어느 쪽이 정당하고 힘이 큰가로 귀착되는 것입니다.
조총련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골수분자를 제외하고 조총련을 잘 모르고 들어간 사람은 시간이 가면 모두 빠져 나올 것입니다.
우리와 북한과의 국력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입니다.
▲서인태(고지현 단장)=조총련은 재일동포에게 곧 통일이 될텐데 왜 대한민국에 가느냐면서 방해공작을 합니다.
▲김신삼=내년에 통일이 된다고 조총련이 떠들고 다닙니다. 지난번 추석 때 교포들이 모국을 방문해 찍은 영화「혈욱의 정」이 이번에 재일동포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일본인들도 보고 모두 울었읍니다.
▲근혜양=일본 「매스컴」에서도 이번에 잘 보도해 주더군요. 추석 성묘단 때에는 냉정한 반응을 보이더니 민심이 천심이라고 그 사람들도 인도적 입장에서 똑 같은 감동을 받은 모양이지요.
▲박 대통령=추석 때 왔던 교포들이 국적을 바꿨습니까?
▲윤 단장=대부분 바꾸고 있습니다. 만경봉호가 이번에 일본에 와서 기일 내에 돌아가지 않고 모국방문단 방해공작을 지휘했읍니다.
▲박 대통령=노인들도 이번에 많이 오셨는데 첫날은 영하10도나 되어 병이 나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됐읍니다.
▲정봉기(삼다마 민단본부장)=조총련의 한 사람은 평양에 가서 38일간 있으면서도 옛날 자기 집을 못가 보았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그것은 공산당의 큰 약점이지요. 우리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만나 무슨 얘기를 해도 괜찮지 않습니까.
고향이 선산인 재일동포 할머니가 계셨는데 아들이 북송되어 남편이 이북에 가서 아들을 만나자고 해도 끝내 못 만나자 그 후 한국으로 돌아 지난번 추석 때에 오신 적도 있읍니다.
▲김신삼=연두회견 때 대통령께서 석유가 나왔다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교포들의 사기는 물론 일본인태도도 많이 달라진 것 같읍니다.
▲박 대통령=감사합니다. 요 다음에 또 오십시오(석별의 정을 아쉬워하며 일일이 악수를 다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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