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10주년 맞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연구계약 천2백 건에 백19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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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학기술과 공업경제에 관한 시험·연구·조사를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그 성과를 보급함으로써 산업기술개발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오는10일로 설립10주년을 맞는다. 그 성과의 유무를 놓고 입씨름의 대상이 되기로 한 과기연의 10주년을 결산하면서 KIST의 실상·과 허상을 알아본다.
65년5월18일 한·미 양국대통령의 공동성명에서 싹이튼 과기연은 66년2월18일 정식 발족한 이래 10년 동안 동양에서 유수한 연구소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서울 홍릉연구단지안 8만여평의 대지 위에 5개의 연구동등 1만6천여평의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동안 연구소를 위해 투입된 돈만도 1백억원이 넘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9백15명으로 발족당시 50명에 비하면 20배나 늘어난 셈이며 76년 예산도 47억1천만원에 달하고있다.
과기연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49개 연구실과 2개의 기술「센터」및 2개의 부설연구소로서 박사54명·석사81명 등 4백4명의 연구원들이 이들 연구실을 맡고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두뇌유입」도 이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지난해까지 67명(이중 23명은 타 기관으로 전출)의 재외한국인 과학기술자가 유치되었으며 한국과학원· 원자력연구소등에97명, 대학·산업계에 93명 등을 유치하는 촉진제가 되기도 했다.
과기연의 성과를 가름하는 연구계획은 그동안 총1천2백65건에 연구 계약고는 1백19억원으로서 이중산업계가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장 기술지도는 3천7백19건으로 이러한 지원은 수출충 중· 수인대체 자원 절약이라는 형태의 효과를 가져오게 했는데 한 예로 전화요금의 EDPS(「컴퓨터」정보처리「시스팀」)화는69년 개발당시 외국 영역회사에 맡길 경우 3년반동안 20억원이 들것을 KIST는 그 30분의1인 7천2백만원으로 6개월만에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발한 것으로 합성인모(가발섬유)·「프레온」(냉매)제조를 비롯해 항결핵제인 「에탐부톨」·그 원료인 「아미느·부타눌」을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합성했으며 흑백 「필름」·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난연성합판·인공누에사료·「포켓」형 전자계산기· 소형「컴퓨터」·문화재용 단청도료의 개발 등이 있다.
한상준 소장은 지나온 10년은 현장 지향적인 계약연구와 단기과제에 주력해왔으나 이제부터는 경제규모의 확대와 기술수요의 변화로 말미암아 국가적인 대형과제와 종합적인 장기과제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기간 중에 전자·기계 등 8개 부문에 총 5백75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하여 81년에는 수입대체 12억원 등 총15억7천4백만「달러」(약7천8백70억원)의 기대효과를 거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중에 KIST는 제철용 성형「코크스」·지속성비료·규소강판 등을 개발하고 기술도입「센터」·반도체기술개발 「센터」·기계기술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동 연구소육성법에 의해 독립성과 연구의 자율성 및 재정상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각종 법인세·등록세·관세 등을 면세 받는 과기연이 그동안 뚜렷하게 해놓은 일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대해 과기연의 A연구실장은 『미국의 「뒤퐁」사가 「나일론」을 개발하는데도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리지 않았는가 과학이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에서 결과를 기다려야지 당장 어마어마한 결과를 요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한다.
조순탁 박사(한국과학원장)는 KIST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생산 보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높이사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제부터는 좀더 안정된 조건 속에서 국가적인 과제를 수행하길 바라고 있다.
또 서울 연구단지안의 B박사는 현재KIST는 정부와 기업체사이에서 「이해관계의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하고 그 결과 KIST가 위축되거나 또는 정부에 아부하는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KIST의 한 간부는 민간 기업으로부터의 용역계약을 중시한 결과 국가적 대형연구가 적게 수행된 탓으로 큰 일은 없고 잔일만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하고 정부와 산업계의 계약고비가 일본이 화학연구소의 9대1, 미국 「바텔」기념연구소의 7대3에 비해 우리나라는 3대7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정부는 계속 장기적인 대형과제를 맡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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