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돼 가는 「인디오」족-브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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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파울로=허준통신원】「브라질」의 원주민 「인디오」들은 「아마존」유역의 개발의 속도와 함께 점차 그 수가 줄어들어 지금은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브라질」정부는 「인디오」보호청(FUNAI)을 만들어 「인디오」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그 수는 점차 죽어들고 있다.
「포르투갈」의 「페드로·알바레스·카브랄」이 1500년「브라질」을 발견했을 때 4백만명에 달했던 「인디오」는 현재 20만명도 채 안된다. 20세기초만 해도 약3백 종족이던 것이 80년도 안 지난 지금 그중 2백 종족이 멸종, 현재 살아남은 1백 종족도 그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고 그들은 개발에 밀려 백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아마존」강 상류나 오지밀림 속으로 생활터전을 옮겨 살고 있다.「아마존」국도건설을 위한 기계와「다이너마이트」폭발 소리 때문에 백인들이 가까이 접근해오고 있음을 알고 계속해서 사는 곳을 옮겼고 집도 영구히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임시로 살기 위한 것이었다. 「크넨· 아카로레스」족은 오지밀림 속에 대나무 기둥에 「바나나」와 야자수 나뭇잎으로 지붕을 덮은 움막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팔지 같은 것과 머리카락을 잡아매는 끈 같은 것 이외에는 걸친 것이라고는 없는 알몸에다 검은 칠을 하고 있어 마치 석기시대에서 금방 뛰어나온 사람 같았다.
조사단은 몇 달 동안 이 부족들이 지나갈 만한 곳에「캠프」를 치고 이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칼· 도끼·가위·목걸이 등 선물이 될 만한 여러가지 물건들을 줄을 쳐서 걸어두었다. 그러나 「인디오」들은 한동안 그 주위만 빙빙 돌았지 나타나서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다. 몇 주일이 지난 후 날씨가 화창한 날 놓아둔 물건들이 없어졌다.
놓아둔 선물을 「인디오」들이 가져가면 그들과의 접촉이 가능하고 화살을 꺾어 갖다놓으면 더 이상 접근을 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표시다. 그래서 일단접촉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다리던 중 갑자기 「인디오」들이 나타났다. 맨 처음 전투원으로 보이는 3명이 앞에 나서 전투태세를 취했고 그 뒤에 숲 속에서 다시 6명이 나타났다. 얼마가 지나자 이번에는 여자들과 어린애들도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자기네들끼리 무언가 귀엣말을 주고받자 자기네 부락까지 가자는 몸짓을 하더니 조사단이 먹을 걸 주자 이를 받아먹었다. 이것은 진실한 우애를 표시하는 결정적 신호다.
막상 「인디오」들과 접촉은 시작됐지만 그들은 문명사회의 환경에 대해서는 최소한도의 방어력도 없기 때문에 문제였다. 이 때문에 「인디오」들은 백인들과 접촉하기 시작하면 병이 생긴다. 그들은 종두(홍역)는 물론 간단한 감기에조차도 저항력이 없다. 감기하나만으로도 한 종족이 모두 죽는 수가 있다.
「인디오」들은 정기적으로 흙을 씹어 먹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 흙을 씹어 먹는 것은 광물성성분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판단됐다. 「크렌·아카로래스」족은 다른「인디오」에선 볼 수 없는 특수한 운동을 한다. 어깨에 50㎏정도 되는 나무등걸을 메고 쥐는 것이다.
이 종족은 퍽 우호적이어서 백인들에게 돌 한번 안 던졌고 선물을 주었을 때는 꼭 갚으려 했다. 조사단이 떠날 때는 어린애들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백인들과 접촉한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고 문명사회와 단절된 채 자기네 나름의 생활을 영위했던 과거에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문명인과 접촉을 시작함으로써 이미 그들 나름의 행복한 생활을 잃어버린 것이다. 얼마 후 「크렌· 아카로레스」족 1백50여명중 대부분이 감기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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