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 사업 그 필요성과 문제점|식량 자급 위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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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수산부가 계획하고 있는 서·남해안 간척 농지 개발 사업은 이를테면 국토 개조 사업이다. 따라서 이 같은 대대적인 간척 사업은 타당성·재원·기술·투자 우선 순위 등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야만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77년부터 이 거창한 국토 개조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농수산부의 계획은 농업측면만을 너무 강조한 감이 없지 않다.
농수산부가 주장하는 간척 사업의 필요성은 식량 작물 품종을 최대한 개량, 쌀은 현재의 단수 3백69kg에서 5백kg으로, 밀은 2백3kg에서 3백30kg으로 높이는 등 단위당 생산 기반인 농경지가 야산·하천 부지 등 내륙지만을 대상으로 하면 최고 62만5천㏊ 밖에 개발되지 않아 이것만으로는 식량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 소득 증대에 따른 식생활 「패턴」 변화 등을 고려하면 품종 개량, 내륙 농지 개발 등을 극대화시켜도 2천년대의 식량 자급율은 75년 (78%) 보다 불과 4「포인트」 높은 82%까지 밖에 제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우기 공업화 과정에서 농경지 잠식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에 식량 증산을 위한 돌파구는 간척을 통한 농지의 외연적 확장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농수산부는 식량난 측면 이외에 경제적·기술적 측면을 봐서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동안 곡가 앙등→지가 상승으로 간척 사업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65년 당시에는 간척 사업비가 ㏊당 2백80만원이 들었으나 농지 값이 평당 2백50원 꼴 밖에 안됐기 때문에 ㏊당 2백만원의 결손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간척 사업비가 ㏊당 4백만원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농지 값도 평당 1천5백원으로 10년 동안 6배나 올라 경제성은 10년 전의 ㏊당 2백만원 손해에서 50만원 이익으로 뒤바뀌었다는 계산이다.
서남 해안 자연 조건은 간척 사업에 매우 유리하다.
대륙붕이 발달, 해심이 낮고 해안은 「리아스」식 다도해이기 때문에 간척 사업에 유리하다. 또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간척국인 화란의 경우는 토석재가 없어 멀리 불란서에서 수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방조제용 토석재가 무궁무진하다. 여기에다 간척 기술도 최근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발달했다.
이는 아산·남양 간척 사업에서 증명됐으며 이 기술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삽교천·영산강 지구 개발 사업에 그대로 응용되고 있다.
최신 간척 기술의 대표적인 것은 담수호식공법과 「매트리스」 공법을 늑장 공사의 대표적 「케이스」인 계화도 간척 사업에 적용한 공법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농수산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난점도 적지 않다. 국토 개조 사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간단한 것은 아니다.
면밀한 분석과 충분한 타당성 조사가 선결돼야 한다.
지금은 간척 대상 면적 조사 마저 가지각색이다.
화란 조사단은 서·남해안 간척지를 1백1개 지구 25만8천㏊라고 평가한 바 있고 건설부는 67년의 국토 조사에서 71개 지구 22만5천㏊를 매립 가능 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농업 진흥 공사는 최근 조사에서 1백32개 지구 60만5천㏊가 간척 적지라고 내놓았다.
또 간척 사업은 엄청난 사업비를 요구한다.
농수산부 추정으로는 서·남해안 60만㏊ 간척비를 1조2천6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 방대한 재원의 조성도 문제지만 이 사업 때문에 현재 추진중인 각종 대단위 농업 종합 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어낸다면 혹을 떼려다 혹 붙이는 결과가 될 지도 모른다.
국토 개조 사업인 만큼 간척은 화란처럼 오랜 시일을 두고 꾸준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면밀하고도 장래성 있는 실천 계획을 세워 착수해야하며 농수산부가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는 것도 수긍이 가는 얘기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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