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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운동과 무료 진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 대두하여 정부의 4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에서는 사회 개발 분야에 상당히 높은 비중이 두어지게 되었다.
이런 기본 방침에 따라 보사부는 얼마전 저소득층에 대해 의료 혜택을 넓히기 위한 「의료 공단」의 신설을 발표했고, 또 일선 보건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소장들의 수당을 대폭 인상하는 획기적인 조치까지도 취해졌다.
그러나 정부 주도하의 이 같은 의료 제도 개선 노력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 각계 독지가들에 의해 추진되는 의료 사회 봉사 사업이다. 이런 뜻에서 대한 구국 선교단 야간 무료 진료 「센터」의 봉사 활동을 비롯하여 대한적십자사의 영세민 무료 진료 활동, 그리고 대한 의학 협회가 추진키로 했다는 매달 한번씩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료 진료 활동 등은 특별한 관심을 끌기에 족한 것이다.
대한 구국 선교단 야간 무료 진료 「센터」는 기왕의 무료 진료 「서비스」외에 서울시 의사회와의 합의 계약으로, 다시 10만 헌혈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는 것이며, 여기엔 대통령 영애 근혜 양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적십자사가 벌이는 무료 진료 활동은 헌혈 목표 12만명, 병원 운영 보조 및 영세민 무료 진료, 병원선의 도서 순항 등을 포함하고 있고, 그밖에 대한 의협의 활동은 매달 15일을 「의료 봉사의 날」로 정하여 생활 보호 대상자·영세민들에게 무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1년에 1백만명의 수혜자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3개 독지 단체들의 의료 사회 사업과 봉사 활동에 대해서는 우리도 국민과 더불어 적극적인 성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주로 성직자·의사·간호원들로 구성된 이 진료 활동반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자에게 다시 보게됨』을 설교한 예수의 지순한 사랑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봉사 정신, 그리고 전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다짐한 「나이팅게일」의 희생 정신을 한국 사회에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보건 위생과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는 공공적 성격을 떤 것이며, 따라서 우리 나라의 의료 제도가 안고 있는 의료 혜택의 극심한 편재 현상을 바로 잡는 것은 1차적으로 국가의 책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가가 이런 책임을 완수하기 어려운 형편에서는 민간 의료 사회 사업 단체나 독지가들이 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병원의 유래가 구미의 구빈원 등의 사회 사업 시설에서 가난한 병자를 격리·보호한데서 생겨났던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지 않는가.
더우기 아직도 농어촌 벽지에 3백52개의 무의면이 있고, 의사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죽어 가는 농어촌 환자가 전 사망자의 50%를 차지할 뿐더러 그나마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 가운데서 병·의원을 찾는 수는 고작 21%에 불과하며 50%는 약국을, 8%가 보건소, 한약방 10%, 나머지 11%는 토속적 치유 방법을 쓰고 있는 우리 나라 의료 실태를 상기할 때 이런 민간 의료 사회 사업의 의의는 더욱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의 의료 사회 사업을 계기로 종전의 대학생 및 일부 제약 회사의 무의촌 진료 활동이 더욱 활기를 띠어 확대되기를 바라며, 특히 기업가·사회 독지가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기대한다.
대한적십자사의 회비 20억5천만원의 75%는 가족 대장에 따라 동회를 통해 7천원에서 5백원까지 수납하고 나머지 25%는 사회 독지가들의 헌금으로 충당한다고 하니 기업가와 사회 유지들의 헌금 운동이 있어야 한다. 물론 경제적 불황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또 성금 갹출 운동도 한두가지가 아님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딴 모금 운동에 비해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 안타깝다. 무의촌 환자와 저소득층에 의료 혜택을 넓히기 위한 이들 독지 단체들의 의료 봉사 활동에 대한 국민의 호응과 독지가들의 더한층의 지원을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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