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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바흐 무반주 첼로'… 양성원씨, 전곡 모음 음반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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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양성원씨는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가리켜“어려운 일이 생길 때 흉금을 털어놓는 오랜 친구”라고 말했다.

헝가리 출신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81)는 1965년부터 바흐의'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무려 다섯 차례나 녹음했다. 나이가 들수록 연주할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음악세계가 더욱 깊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양성원(38.연세대 교수)씨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EMI 레이블로 내놓았다. 한국 출신 첼리스트가 메이저 레이블서 바흐 전곡 음반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디애나 음대에서 배운 스승 슈타커 교수보다 세 살 먼저 전곡 녹음에 도전한 셈이다. 풍부한 사운드와 따뜻한 톤, 각 악장의 춤곡에 충실한 리듬도 그렇지만 군데군데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루바토(음표보다 길게 연주하는 것)나 템포 설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것도 스승을 빼닮았다. 거시 구조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음악의 자연스런 흐름에 몸을 내맡기지만 미세한 울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양씨는 "녹음하기 1년 전부터 다른 첼리스트의 바흐 녹음은 한번도 듣지 않았다"며 "다양한 판본을 비교 분석하면서 내 방식대로 '노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코다이 소나타집'에 이은 3집 앨범이다. 국내용으로 제작됐지만 '코다이 소나타집'처럼 외국 시장에서도 발매돼 그라모폰지의'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 바흐 무반주 모음곡의 명반들. 왼쪽부터 파블로 카잘스(EMI, 1939).안너 빌스마(RCA, 1976).요요마(소니 클래시컬, 1990) .
지난해 3월 24~25일, 4월 9~10일, 7월 2~3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런던 헨리 우드홀에서 녹음한 이번 음반은 마치 음악회장에 앉아있는 듯한 자연스런 울림이 특징. 헨리 우드홀은 홀리 트리니티 성당을 개조해 1975년 런던 필하모닉.런던 심포니의 연습실 겸 레코딩 스튜디오로 문을 열었다. 높이 10m, 너비 20m, 길이 33m의 장방형 공간으로 피아노 독주에서부터 오페라까지 최적의 녹음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레코딩에선 RCA 시절 토스카니니 등이 사용했던 노이만 마이크 두 개만 사용했다.

양씨는 이번 전곡 음반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5월 13일과 20일 명동성당에서 전곡 연주를 하고 22일 서초동 DS홀에서 제2번, 제4번, 제5번 등을 연주한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720년께 쾨텐 궁정악단의 첼리스트 페르디난드 크리스티안 아벨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습곡. 바흐의 둘째 부인 안나 막달레나 등이 베낀 악보만 남아 있다. 첼로 독주로 선율.리듬.화음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작품이다.

바흐 사후에 완전히 잊혀졌다가 스페인 출신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가 1890년 바르셀로나 독주회에서 처음 선보이면서 '첼리스트의 성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로스트로포비치도 환갑을 넘긴 후에야 전곡 레코딩에 도전했다. 첼리스트들은 매일 아침'무반주'를 연주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파블로 카잘스(EMI, 1939)▶안너 빌스마(RCA, 1976)▶미샤 마이스키(DG, 1985)▶요요마(소니 클래시컬, 1990)▶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EMI, 1991) 등의 음반이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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