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자유와 역사|「존·B·베리」저·양병우 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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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데카르트」는 이성적 인식의 기초를 「명석과 판명」이라고 하는 두 개의 기준으로 다져놓은바 있다.
「신화와 현실」, 「종교와 학문」, 「독단과 지식」을 애써 분립시키려고 했던 한 합리주의자의 고충이 엿보이는 것이다.
그렇듯 서양철학사의 일관된 주조는 계시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의 합당한 분계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숙명적인 과제와의 사투와도 같은 것이었다.
고대사가인 필자는 일종의 「진보의 사관」에 기초해서 이성의 존립 기반을 관용과 공존에 두고서 그것이 서구의 정치사와 정신사 속에서 어떻게 부침해 왔나를 고찰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성의 대극인 미신이란 『수구적 본능과 거기서 나오는 보수적 교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반이성의 전형을 중세기 「스페인」의 「이단심문소」에서 발견하고 있다.
그리하여 「밀턴」은 진리의 냇물이란 『끊임없이 흐르지 않으면 썩어서 인습의 더러운 웅덩이로 되고 만다』고 개탄, 『이단심문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신앙풍토가 조금이라도 더 순결해졌는가』고 묻고있다.
여기서 필자는 다시 종교적 관용을 설파한 합리주의의 사제 「존·로크」와 「볼테르」를 거쳐 18세기 이신론에 언급, 「이성의 시대」를 저술한 「토머스·페인」에 이르고 있다.
「존·밀」은 이 시기에 「사회적 효용가치」라는 지극히 현실적 기준에서 합리주의를 이론적으로 정초하려 애쓴 최초의 인물이었다.
필자 역시 그와 비슷한 사고의 계보상에서 합리주의를 이론화, 『지식의 발전, 새로운 조건에 대응할만한 습관의 적응능력, 오류를 고치려 하는 신축성』을 인류와 사회의 복지라는 필요성에서 강조하면서, 그것을 보장하는 기초로서 이성의 자율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을 맺는다. 서양 철학사를 「이성」과 「도그머」의 관계사로 바라본 필자특유의 지적열정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분명히 흥분한 듯한 그의 「자코벵」적 「반교회」논조는 다른 많은 논자들의 반론을 살수도 있을 것이다. 역자는 서양사를 전공하는 서울대 교수. <유근일(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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