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대통령의 연두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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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든 미국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신 현실주의와 균형감각을 76년도 미국 대내외정책의 기조로 제시했다.
신현실주의가 고립주의와 환상적 「데탕트」론을 배격한 것이라면, 균형에의 호소는 연방정부의 권한과 주 정부의 자율 또는 방위와 복지와의 조화를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포드」대통령은 이를 통해 군비축소와 「앙골라」개입 철회를 요구하는 민주당 지배하의 의회에 도전장을 보낸 셈이다.
아울러 연방정부의 예산을 9백억「달러」나 삭감하자고 나선 「로널드·리건」의 보수주의에 대해서도 응분의 견제력을 행사하려했다.
76년 선거를 바라보는 「포드」대통령은 결국 『강력한 방위력』 과 『복지확대』라는 두 가지 공약으로써 공화·민주 두 당의 경쟁자들을 일거에 견제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연두교서가 언급한 『보다 많은 군비지출』 과 『힘의 입장에서의 「데탕트」』에 대해서는 미국 정계의 일부 환상론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어려운 문제는 군비확대와 복지증진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점으로 모아진다.
「로널드·리건」이 연방정부의 지출을 삭감하고 비대한 관료조직을 축소·효율화하자는 처방을 들고 나오자 「포드」대통령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조짐을 보였다.
「뉴햄프셔」와「플로리다」예선을 앞둔 「포드」대통령의 당내 인기는「리건」에게 약간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마저 나왔다.
때문에 유권자들의 복지요구에 부응하여 공화당 지명전과 11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포드」대통령으로서는 정부지출의 긴축과 SALTⅡ 타결을 통해 보다 많은 주택과 의료혜택을 재정적으로 약속해야만 했던 것 같다.
포드 대통령이 『힘의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SALTⅡ 타결에 그처럼 집요한 열의를 보인 까닭도 바로 유권자들의 복지에의 압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외교정책수립 과정이 내포한 약점이 엿보인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특히 선거 때가 될수록 의회와 유권자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포드 대통령은 또 20일 발표한 대의회「메시지」를 통해서 77회계연도에서는 한국 등 몇 나라에 대한 무상군원을 종식하고 앞으로는 군사차관으로 이를 대신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물론 74년에 통과된 의회의 새로운 외원법에 따른 조치다.
미국의 지원공약이 국내정치의 영향 때문에 이렇듯 가변성을 띠어 간다는 것은 자유세계의 안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은 못된다.
그럴수록 우리의 자주국방노력의 폭과 당위성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포드 행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앙골라」개입이나 서구 반공정당 지원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프랭크·처치」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인사들은 특히 「앙골라」개입은 CIA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키신저」장관의 강력한 압력으로 발단된 것이라고 주장해서 이목을 끌었다.
이것은 포드행정부의 현실주의적 세계전략을 「존슨」과 「닉슨」방식의 개인주의로 몰아붙이자는 정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를 상대로 하는 정치나 군사 또는 외교가 정략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유권자가 아무리 이기적이고 반대당의 공세가 아무리 치열하다하더라도 소련과 제3세계 공산세력의 팽창을 저지하려는「포드」대통령의 확고한 결의만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기를 기대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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