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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이스라엘 대결 위험 안은 『레바논』종교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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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익 기독교도와 좌익 회교도들의 싸움이 10개월 째 접어든 「레바논」의 유혈내전은 초기보다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띠면서 국제전으로 발전할 기미까지 보이고있다. 내전 10개월 동안 휴전이 20번이나 성립됐다가 모두 깨어졌으며, 회교측의 「라쉬드·카라미」수상마저 사임, 「레바논」은 무정부상태 속에서 기독교측과 회교측으로 분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혼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기독교국가와 회교국가로 분할하는 길뿐이라고 하지만 이 분할 안은 동시에 「이스라엘」과「시리아」의 개입을 불러올 위험성을 안고있다.
「레바논」이 원래 자기네 영토였다고 말하는「시리아」는「레바논」이 현재대로 있으면 모르지만 만일 분할된다면 통합시켜버리겠다고 경고한바 있다. 또 최근「압델·카담」외상도 『「시리아」는 「레바논」의 분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분할은 바로 「시리아」의 즉각 개입을 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레바논」에 개입하면「이스라엘」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맞서왔다. 또 「레바논」의 기독교파의 정치조직인 「팔랑헤」당 당수 「피에르·게마엘」은 만약 「시리아」와「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면 그의 투사들은 「최후의 1인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
여러 소수민족과 종파를 중심으로 한 「레바논」은 43년 독립이래 기독교도와 회교도간의 이견 차와 불신이 쌓여 이제는 더 좁혀볼 수가 없게됐다. 기독교측은 친서방, 그리고 「아랍」 「이스라엘」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기독교도 우위의 현 정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다수 회교도측은 일대 사회· 정치개혁과 완전한 비종교국가 건설, 나아가 친「아랍」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32년 이후 한번도 국세조사를 한일이 없다는 「레바논」은 독립 때부터 지금까지 당시엔 다수였지만 지금은 소수가 된 기독교측이 요직을 독점해왔고 의회민주제지만 의석이 종파별로 안배되는 모순을 낳아 왔다.
내각 또한 각 종파의 지도자들을 형식적으로 모은 약체내각이며 회교측의 「카라미」수상은 7개월 전 비상내각을 맡은이래 이번으로 아홉번째 사표를 기독교측 「술레이만·프란지에」대통령에게 제출했을 정도다.
작년 4월이래 1만 명의 사망자와 말할 수 없는 재산피해를 낸 「레바논」은 사실상 벌써부터 두 쪽으로 갈라졌으며 여기에 중립을 지키던 보안군이 기독교측을 편들고 「팔레스타인·게릴라」들이 회교측을 편들어 분단상태는 더욱 첨예화되고있다.
회교도들은 「리비아」의 「오일·달러」로 「시리아」 「이라크」를 통해 소제무기를 계속 공급받는데 비해 비록 「이스라엘」지원과 「아랍」온건파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의 정치적 지지를 받긴 하지만 화력면에서 열세인 기독교측이 또 어떤 외세를 불러들일지 알 수 없다.
「시리아」는 그들이 훈련시켜온 「팔레스타인·게릴라」단체 「사이카」단과 「팔레스타인」해방군(PLA)을 이미 「레바논」국경지대에 투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는 70년 「요르단」과 「팔레스타인·게릴라」들의 싸움 때 「팔레스타인」지원을 위해 개입한 전례가 있는 만큼 언제 「레바논」에 개입할지 모른다.
이렇게 보면 「레바논」사태의 전망은 갈수록 어두우며 따라서 기독교국가와 회교국가로의 분할을 놓고 「아랍」과「이스라엘」의 대결로 확대될 위험성은 더욱 커가고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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