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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서 주름잡는 불 정보기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근 미국의「워싱턴·포스트」지가 『미국CIA가 프랑스의 비밀정보기관(SDECE)과 함께「앙골라」에서 친 서방「앙골라」해방민족전선(FNLA)을 지원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미국보다 「프랑스」정보기관이 공작상의 기반을 오랫동안 구축해온 처지이며 양국정보기관의 활동은 『공산주의자에게 어느 영토도 넘겨줄 수 없다』는 전제아래 전개되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의 협력은 당연하다는 것이 파리의 반응.
파리 20구의 「모르티에」대로에 자리잡고있는 SDECE본부는 앙골라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홍콩과 「디부티」에서 소련의 비밀경찰(KGB)과 격전을 벌이는 등 세계도처에 「없는 곳이 없는」보이지 않는 전쟁의 주역.
「앙골라」분쟁에서 「프랑스」정보기관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앙골라보다는 「카빈다」다. 1886년이래 「포르투갈」보호령이 된 「카빈다」는 아프리카 제4의 석유보고.
「포르투칼」에서 해방됐을 당시 「앙골라」의 친 서방 FNLA 와 UNITA(「앙골라」 완전독립 민족동맹) 및 친소 MPLA(「앙골라」해방 인민운동) 등 모든 단체가 「카빈다」를「앙골라」소유라고 선언하는데 합의했지만 이 지역을 MPLA가 장악한데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걸프사는 1957년 이 지역 석유채굴권을 획득, 최근 미국무성이 작업중지령을 내릴 때까지 3개월마다 1억「달러」정도의 권리금과 세금을 지불해왔다. 이 돈은 MPLA 총수익의 70%에 이르러 결국 친서방단체인 FNLA와 UNITA를 공격하는 재원이 된 셈이다.
그런데 작년8월 「카빈다」의 독립을 선언,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에 망명정부를 수립한 「카빈다」지역해방전선(FLEC)을 처음부터 조직하고 훈련시킨 것이 바로 프랑스의 SDECE였다는 것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FLEC의 지도자 「프랑즈」는 「프랑스」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FLEC를 조직·훈련시킨 사람은 「프랑스」예비역장교 「장·다·코스타」. 그는 최근 수주일 동안 「파리」에서 「페나」「루보타」 등 「카빈다」독립운동가를 만났었다.
SDECE의 공작목적은 「카빈다」를 독립시켜 「걸프」가 포기한 석유채굴권을 「프랑스」로 돌리자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자이르의 프랑스 공군기지 「트랜살」을 통해 무기·장비·기타 전쟁물자를 「앙골라」전선에 투입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몇 나라 수도에는 FNLA와 UNITA를 지원할 외인부대훈련소와 모집사무소를 개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수에즈운하의 재개통으로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한 홍해연안의 「디부티」에서 소련의 KGB와 대결하고있다.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빠지는 길목에 있는「프랑스」 해군기지 「디부티」는 모든 함대의 동태를 「체크」하고있어 소련해군으로서는 눈의 가시같은 존재.
SDECE는 얼마 전「홍콩」의 어떤 보석상 금고를 깨뜨리고 비밀자료를 훔치는데 성공, 「홍콩」 의 KGB조직망을 밝혀냈는데 그 총책은「모스크바」극동문제연구소 교수를 지낸 중국인이었다.
소련과 비밀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공은 극동과 동남아지역의 SDECE에 상당한 정보비를 주고 대소관계 정보를 얻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SDECE의 총수「알렉산드르·마랑쉬」가 극비리에 북경을 방문한 바도 있다. 중공정보 최고위당국자는 매달 소련수송기가 중공국경에서 이륙, 2천km나 떨어진 「크라스노이아르스크」에 착륙하는데 그때마다 「영광스러운 전장에서 죽다」라고 쓰인 10여 개의 관을 부려놓는다는 것. 이 시체는 모두 KGB요원이라는 것이며 작년1년 동안 1백50여명이나 죽었다고 한다.
「퐁피두」시대에는 외교우대일변도로 지리멸렬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SDECE는 「지스카르」시대에 들어와 대폭 강화되고있는 느낌이다.
「지스카르」대통령은 금년도에 정보기관의 예산을 작년보다 20% 증액함으로써 SDECE의 활동은 더욱 가열화 할 전망이다.【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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