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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의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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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19일 76년도에 집행할 주요경제시책을 9부 경제장관의 합동회견을 통해서 광범하고 체계 있게 제시했다.
GNP성장율을 7∼8%선으로 유지하면서 물가상승율 10∼12%선에서 억제하는 한편 수출 65억「달러」·수입 74억「달러」를 달성해서 국제수지상의 기초수지를 균형화 하겠다는 의욕을 명시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통화량 증가율 20%·국내여신증가율 26%·금융저축 l조원을 달성시켜 전체적으로는 총수요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획기적인 저축 증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 재산형성을 위해서 획기적인 지원시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밖에도 수출지원책의 강화, 22만호의 주택건설·8만7천명의 새로운 각종 기능공 양성 등 시책을 제시함으로써 75년의 상대적인 정체에서 76년에는 탈출하겠다는 정책의지가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안정과 균형>
이제 국제경제가 비판적인 저점을 벗어나서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이므로 우리는 76년에 불황감을 해소시키면서 조심스런 경기회복을 시도하려하는 것은 대세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의 인구증가율이나 새로운 취업인구의 증가경향을 고려할 때, 성장율을 7%이하로 억제하기는 힘든다는 제약요인을 안고 있다. 이점을 고려할 때, 76년의 GNP성장율을 7∼8% 선으로 잡은 것은 현실적으로 보수적인 것만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재정팽창율이 불가피하게 높아진 이른바 비상예산의 성립을 전제로 할 때 성장율을 더 높일 수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10%의 물가안정목표와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GNP성장율 7∼8%는 어려운 정책절충의 산물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국제수지의 기초수지를 균형화하는 정책목표는 근래에 없는 건전한 계획이라고 하겠으나 장기자본이 계획대로 도입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기초수지균형은 장기자본도입예측의 적정성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다.
만일 장기자본도입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국제수지조정은 단기신용확대의 여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오히려 경직화할 여지도 있을 듯하다.
한편 주요원자재가격의 상승율이 다시 상승경향을 보이고 있어 어쩌면 연율 15%선까지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수입증가율 14%를 전제로 한 GNP성장계획은 물량기준으로 본 수입증가 없이도 달성될 수 있는 획기적인 내생적 성장계획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내생적 성장이 가능하다면 이는 우리의 경제체질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그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또 과거의 고율성장은 외자도입의 지속적인 확대와 연율 39∼40%수준의 통화공급이나 50∼80%수준의 국내여신공급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나, 76년의 성장계획은 외자도입의 대폭적인 확대와 20%로 억제된 통화공급만으로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축과 세금>
그러므로 차관기업의 자기자본부담율이 높아질 수 있거나 아니면 금융저축의 획기적인 증대가 기필 이룩되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기업의 외부자금 의존도가 74년 이후 급속히 증가해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있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의 제고에 기대를 걸기는 힘드는 것이며 때문에 저축의 획기적인 증대는 가계저축의 증대에 기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뜻에서 근로자 재산형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계획은 매우 대담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저축증대에도 매우 큰 유인을 줄 것으로 기대할만하다. 세제상의 특혜와 각종지원으로 연율 23.2∼25.2%의 수익율을 보장한다면 실질금리를 보장하는데 충분할 뿐만 아니라 재산보조적인 의미마저도 있는 것이다. 이는 서독의 원형을 크게 도입하는 것으로서 어쩌면 이웃 일본의 근로자재산형성책보다 한발 앞서는 것인 것 같다.
그러나 근로자 재산형성정책은 사회정책적인 전진인 동시에 금융시장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킬 여지를 내포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할 것 같다. 즉 금융의 사회적 자금「코스트」는 재산형성정책이 성공해서 근로자저축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때문에 경제의 어느 부문에서 이를 부담해야한다.
기업체가 그 부담을 손비로 인정받는 분은 기업측면에서는 여신금리의 인상과 다를 바 없다.
또 중앙은행이익금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결국 재정부담과 시중은행 부담으로 분산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또 저축기관을 특정은행으로 지정함으로써 예금시장의 구조가 재산형성정책이 성공하면 할수록 급속히 변화함으로써 금융기관간의 자금불균형을 파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시중은행의 예금증가는 재산형성정책이 성공하는 만큼 둔화될 공산이 짙고, 그 때문에 상업금융이 상대적으로 억제되어 일반기업의 자금사정은 총수요관리의 강화와 상승작용을 해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부가가치세제를 77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것은 세제의 현대화라는 의욕의 표현으로서 일단은 허가할만하다. 다만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키 위해서는 기업회계제도의 보편화·표준화는 물론 사회회계제도의 발달이 전제되어야한다. 또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상인까지도 모두 표준수준의 회계처리를 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며, 국세청의 과세거래통계가 GNP산출근거통계와 거의 일치할 수 있을 만큼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부가가치세제가 우리의 경우 물가자극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짙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것이므로 그 시행예정일을 77년으로 잡은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일단 신중히 다시 검토해보아야 하겠다.
어쨌든 76년의 경제정책은 국제수지의 기초적인 균형·물가의 안정·적정한 성장이라는 경제정책상의 난제들을 한꺼번에 최대한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며, 그 위에 사회정책적인 배려까지 첨가한 발전된 계획임은 확실하다. 결과적으로 이들 정책이 성공적으로 집행되어 실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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