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본 통계] 주택 보급률 높아졌지만 자기집 소유는 되레 낮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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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급률이 1백%를 넘었다?'

선뜻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특히 세를 사는 서민들은 무슨 얘기냐며 볼멘 소리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주택 보급률은 100.8%.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다. 지역적으로 편차가 크다. 인구의 4분의 1이 북적대는 서울의 보급률은 83.8%에 머물고 경기도는 94.2%다. 수도권 전체로는 91.8%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도의 큰 도시에서 아파트 값이 오른 것도 이 점과 관련이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대전에 아무리 많은 집을 지어도 거기 가서 살기 힘들다. 이사하면서 집을 들고 갈 수도 없고…. 따라서 보급률은 지역별로 따져야 한다. 강원도나 충남.충북, 전남.전북, 경남.경북 지역은 2000년에 이미 1백10~1백20%를 기록했다. 그래서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인다.

주택 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눠 계산한다. 여기에 한계가 있다. 다양해진 가구 형태나 주택 유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분모인 가구를 보자. 실제로 독립된 주거공간이 필요한 단독가구와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비혈연가구가 빠진다. 특히 나홀로 가구는 2000년 현재 2백22만가구로 전체의 15.5%인데, 몇년 안에 30%로 높아지리란 예상이다. 단독가구를 따지면 주택 보급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00년 보급률이 정부 발표(96.2%)보다 한참 낮은 80.2%에 머물게 된다(주택도시연구원 계산).

분자인 주택에도 문제가 있다. 분리 등기를 하는 다세대주택은 포함하는데 다가구주택은 하나로 계산하고 주거용 오피스텔도 빠진다. 그래도 단독가구 15.5%를 상쇄하진 못한다.

더구나 전용 부엌과 화장실을 갖추고 다섯살 이상 자녀와 부모가 방을 따로 쓰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주택도 포함한다. 2000년 현재 이런 집이 3백30만가구나 된다(주택공사 조사).

보급률이 높다고 자기 집을 갖는 비율도 함께 높아지진 않는다. 주택 공급이 대도시에로의 사람 쏠림과 빠른 핵가족화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 결과 평균 보급률은 높아지는데 자가거주율은 되레 낮아졌다. 70년 71.7%에서 90년 49.9%까지 낮아졌다가 2000년 54.2%로 조금 회복됐다. 그렇게 아파트를 지었는데도 자가보유율은 절반을 조금 웃돈다. 워낙 집값이 오른데다 여러 채 보유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고 아직도 셋방살이가 많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몰리는 곳일수록 집값이 비싸 내집 장만이 어렵고 자가거주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가보유율을 마냥 높이기도 어렵다.

우리보다 소유욕이 작긴 하지만 선진국도 자가거주율이 60%를 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서민층의 주거 불안을 덜려면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늘려야 한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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