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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젊은 라보엠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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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김수진(34)씨와 테너 배재철(34)씨가 처음 한 무대에 선 것은 1993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 작곡가 변훈(1926~ 2000)씨가 자작곡을 포함한 우리 조국의 산하를 노래한 가곡 보급운동을 전개하면서 살롱 콘서트를 열었던 곳이다.

이 두 사람은 당시 변훈 선생이 작곡한 신작 가곡을 불렀다. 그 후 10년 만에 두 성악가가 오페라에서 주역 가수로 함께 서게 됐다.

최근 국내 무대에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이 두 사람이 뉴서울오페라단(단장 홍지원)의 오페라'라보엠'에서 주인공 미미(김수진)와 로돌포(배재철) 역을 맡았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토스카'에 카바라도시 역으로 출연한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라보엠'에서 함께 공연하게 돼 기뻐요."(김수진)

"외국서 공연할 때는 나이가 많고 몸집이 굵은 성악가들이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미미 역을 맡아 함께 노래해 실감이 나지 않았죠. '라보엠'의 실제 주인공들처럼 20대는 아니지만 활력이 넘치는 젊은 무대를 만들 수 있어 좋아요."(배재철)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모차르트의'마술피리'(밤의 여왕)로 데뷔한 김씨는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국립오페라단.예술의전당 토월오페라 등에서 '밤의 여왕'으로 호평을 받은 리릭 콜로라투라다. 2000년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비밀 결혼'에 출연했고 2001년엔 국제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역을 맡았었다. 미미 역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양대 출신으로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하고 바르셀로나 프란체스 비냐스 콩쿠르에서 최고 테너상을 수상한 배씨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2000년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에서 '라보엠'으로 데뷔했으며 국내에선 '토스카'에 세 차례 출연했다.

오는 5월 27일부터 영국 카디프 웨일스 국립오페라의 '라보엠' 무대에도 선다. 매년 7월 핀란드의 고성(古城)에서 열리는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올해로 3년째 출연하고 있다. 주로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을 맡지만 로돌포 역으로도 자주 모습을 내민다.

"로돌포의 우유부단하고 예민한 성격은 예술가의 전형이죠.'라보엠'은 옛날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도 몰라요. 현대인들의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어서 뮤지컬로도 여러 차례 개작될 정도죠."(배재철)

"끝내 로돌포 곁으로 돌아와 숨을 거두는 미미의 심정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군요. 아무튼 미미-로돌포의 불꽃 같은 사랑은 무제타-마르첼로가 펼치는 사랑의 방정식과는 달라요."(김수진)

◇ 공연메모=연출 김홍승, 지휘 김정수, 경기도립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베아트리체 그레지오.임영인(미미).테너 송원철(로돌포)이 주역으로 함께 캐스팅됐다. 4월 9~ 10일 오후 7시30분 수원 경기 문예회관 대극장, 14~1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3431-346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바로잡습니다>

3월 27일자 S7면 ‘젊은 라보엠 기대하세요’기사 중 오페라‘토스카’에서 테너 배재철씨가 맡았던 배역은 스카르피아가 아닌 카바로도시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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