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민속박물관 초대관장 맹인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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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년 4월 개관이래 줄곧 공석에 있었던 한국 민속박물관의 초대 관장에 문화재 전문위원 맹인재씨(46) 가 임명됐다. 맹 관장은 불과 보름 남짓 근무하는 터이지만 초대 관장으로서의 살림 계획에 부풀어 있다.
『요원도 터무니없고 예산도 적지만 소신껏 해볼 작정입니다. 박물관 사업이란 어차피 한두 해에 달성되는 게 아니고 더구나 민속문화는 워낙 광범한 분야여서 단번에 서두를 수는 없으므로 우선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야겠읍니다』
첫 살림의 가장 큰 문제는 요원 확보. 우리 나라엔 아직 박물관에서 일할 전문적인 요원의 양성기관이 없다.
대학에도 없고 그를 뒷받침할 박물관법도 없다. 기존의 국립 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에서 조차 인재난이다.
외국에서처럼 아주 세분된 전문가를 많이 둘 처지가 못 되므로 박식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요청된다는 것.
『학예직의 자리는 두세 명뿐이어서 외부에서 객원 연구원율 확보해 현재의 부족을 보충할 방침입니다. 그런 연구원은 대내적인 활동에 도움될 뿐 아니라 전국적인 조사·수집사업에 기여하게 되겠지요』
이 박물관은 민속 각 분야의 자료 수집과 전시·보관에 주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과도 유대를 맺어「쓸만한 사람」을 훈련시키고, 또 해외로 파견해 유물 관리와 보존의 사례를 공부시킬 방안도 모색중이라고.
그러나 우리 나라의 유일한 이 민속박물관이 딛고 넘어서야 할 난관은 3차 기관이란 사실이다. 문공부의 외국에 지나지 않는 문화재 관리국의 산하기관으로 발족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관리국으로부터 책정 받은 예산이 년 6천만원. 1천여평 건물의 유지비와 40명 직원의 인건비가 고작이다.
제도상으로나 직제상 확장하고 증원할 길이 막혀져 있으므로 이웃 국립박물관과 같은 상급기관으로 승격시켜야 하리라고 맹 관장은 주장한다. 그것은 그의 재임 기간중의 최대 쟁점.
『일본의 경우 하나의 민속박물관을 설치하는데 수년 동안 준비하고 있고 거기서 1백50명 이상의 전문 요원이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구부터 만든 뒤에 예산과 요원을 찾고 있는 형편입니다만 하는 수 없죠. 그렇게라도 만들지 않고는 그런 기구가 마련되지 않으니까 늘 무리를 알면서 저지르는 것이죠. 민속박물관을 어엿한 기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역시 인적 양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진열실은 고작 8개뿐. 맹 관장은 『이미 돼있는 체제를 크게 바꿀 생각은 없다』고. 이 박물관의 진열 「스페이스」가 다소 비좁고 공간활용에도 제한이 많지만, 그런 문제보다 ①효과적인 전시 ②민속에서의 역점을 어떻게 살리느냐를 살피겠다고 말한다. 가령 복식의 경우 현재는 관복류가 많은데 보다 민간의 평상복이라든지, 성별·연령별·계절별로 보여주고 싶다는 의견이다.
이런 전시실보다 더 시급한 것은 유물창고. 현재 자그마한 창고 3개가 있으나 자료실을 겸한 진열창고를, 여럿 부설해야겠다고 한다. 즉 일반 농기구나 표본 수집자료는 상시 공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비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넓은 창고가 소용된다는 것이다. 민속품은 단순히 유물자체만으로는 생명을 지니지 못하며 제작·용도 및 풍속과의 연관이 확연해질 때 비로소 그 자료성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 관장은 관객 유치를 위한 강연회·특별전·후원회 등 구상에도 착잡한 모양. 월1회 정도는 정기적인 강연회를 가질 계획이고 특별전은 연2, 3회. 금년은 용해이므로 민간의 용에 대한 신앙·그림·조각 등을 모아보는 기획전을 대대적으로 열 계획. 또 지화·지등의 현존 장인 제작품전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특정 사항에 대한 연구기회를 마련하게 되므로 그때그때 연구·조사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고, 또 그 소득으로 출판물을 간행한다면 「한국의 민속문화」에 대한 일련의 「시리즈」가 묶어진다는 일석이조의 계산이다.『금년엔 우선 한두 책자만 낸다 해도 대성공입니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안내책자입니다. 8개실별 해설 책자부터 여름 안에 발간할 작정입니다.』
맹 관장의 구상은 모두 시급하고 긴요한 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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