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의 분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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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천도교 분규는 더욱 치열해지는 감이 있다.
처음에 합법적인 교단내 의결·감사 기구를 통해 진행되었던 교권 분쟁이 차차 폭력으로 옮겨져 교당과 총부를 점거하려는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세모에 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을 폭력으로 점령하고 종권을 탈취하려던 난동사태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연말부터 아직껏 계속되고 있는 천도교단내의 폭력분규는 다시 한번 종교에 대한 회의를 더욱 깊게 하여 주고 있다.
폭력난투가 진행되고 있는 이상, 정당성의 향방을 가름하기란 어렵다.
그 어느 편이 폭력으로 교권을 장악했다 하여 반드시 천도교의 정신을 계승한 정통 교권이라고 인정하기는 곤란한 때문이다.
그런 만큼 천도교의 분규 당사자들이 각기 정당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여론의 승인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어느 한편이 명백한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폭력이 난무하는 인상은 좋을 수 없다. 종교단체 안에서 교권 획득을 폭력으로 좌우한다는 것은 종교적 신성에 대한 가장 중대한 반역이다.
그 중에도 『사람을 하느님으로 대한다』는 「인내천」사상을 종지로 하는 천도교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하느님을 대하는 듯한 경건성을 실천의 목표로 하면서 하물며 동덕을 적으로 삼아 난투를 벌이는 것은 너무도 비 천도교적 배리다.
그렇건만 천도교단은 이번뿐만 아니라 72년 수운회관 건축에 따른 사후 처리에 관련해서 교권 투쟁을 벌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교단 간부들의 출교와 법정 싸움으로 교단의 단결과 화합이 무너지고 교단 발전을 해치는 분열의 지속이 이후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번 분규도 사실상 72년의 교단 분열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부정된 불만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천도교는 1백 여년의 성장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지만, 최근 교세면에서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런 정체를 벗어나 중흥의 기세를 떨치려는 의욕도 능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덕천하 광제갱생 보국안민』을 외치며 동학을 창도하였던 교조 최수운의 정신은 오늘날 점점 희미해져 가고만 있다.
농민 대중의 생존권과 쇠잔해 가는 국력을 회복하기 위해 일어났던 동학 농민 혁명의 열성과 용기는 오늘의 천도자의 모습 가운데선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3·1 운동의 주도세력으로 큰 몫을 담당하였던 천도교는 어느 면 민족 종교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천도교는 국민의 기대와 교조의 가르침에 어긋나 교회내적 이해로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천도교는 무엇보다도 종교 본연의 자세로 하루 바삐 돌아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통성을 확립하고 교단의 화합을 모색하며 민족과 사회에 기여하는 태세를 화급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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