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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 물증 여럿 확보" 국정원 윗선 본격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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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수사팀이 국가정보원 권모(51·4급) 과장의 자살 기도(22일) 이후 잠정 중단했던 국정원 ‘윗선’ 수사를 26일 재개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25일 “수사팀이 자살 기도 사태로 윗선 수사를 포기했다는 관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수사는 권 과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하는 게 아니며 여러 물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이날까지 이틀째 권 과장의 직속상관인 이모(3급) 대공수사팀장 등 국정원 직원을 한 명도 소환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휘라인 수사를 접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수사팀은 당초 중국에서 ‘블랙요원(비공개직원)’으로 오래 활동한 권 과장을 이 팀장-대공수사단장(2급)으로 이어지는 윗선과의 핵심 연결고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찰의 밀어붙이기식 수사로 권 과장, 김모(48·4급·구속) 조정관 등이 중국에 구축한 우리 대북 정보망이 전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물증이 존재한다’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발언으로 윗선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수사팀은 당초 권 과장을 유우성(34)씨 출입국기록 관련 문건 3건 위조과정을 총괄기획한 실무책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조정관과 똑같이 모해증거인멸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허위 공문서작성 등 4개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도 세웠었다.

지난해 11월 27일자 허룽시 공안국명의 출입국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를 팩스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권 과장이 김 조정관과 치밀한 사전 각본 아래 중국 협조자에게 정해진 날짜에 보내도록 했다는 외교전문과 내부 보고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본부 외교전문들은 대공수사국 이 팀장의 결재를 받아 나간 사실도 검찰은 파악했다.

 또 이 팀장이 현재 잠적 중인 중국 협조자 A·B씨와 협조자 김모(61·구속)씨 등에게 수천만원의 문건 위조경비를 지급하도록 결재한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의식불명인 권 과장의 진술이 없다고 해도 상부의 개입을 입증할 증거를 상당수 확보됐다는 의미다.

수사팀은 조만간 이 팀장을 다시 소환해 문건 3건의 위조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는지 등을 캘 계획이다. 수사팀은 협조자 김씨의 컴퓨터에서 국정원의 위조지시 정황이 담긴 물증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8일 유씨 항소심 결심공판 전에 위조로 판명된 문건들을 모두 증거에서 철회키로 했다.

정효식·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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