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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대부분 부모와 동거희망|최재석교수 (고대) 「분거부모·장남관계」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의 가족분화풍조는 점차 장남의 분가현장까지 빚고 있어 전통적인 가정의 유지를 위해 많은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사회학교수에 의해 조사된 결과를 보면 부모와 따로 살고있는 장남들의 보이지 않는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최재석교수(사회학·고대)의 논문 『한국도시지역의 분거부모·장남관계』(고대민족문화연구소발행·『민족문화연구』 제9호) 에 따르면 부모와 떨어져 살고있는 장남가족은 겉보기엔 핵가족 같지만 전통적인 가족의식과 유대관계에 있어서는 부모와 장남이 서로를 몹시 아쉬워한다는 것이다.
도시생활로 인해 부모와 따로 살고있는 장남가족은 대부분 (68%) 적당한 시기에 부모와 동거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도 흥미 있는 사실이다.
한편 끝내 따로 살기를 원하는 가족은 겨우 29%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아직 그렇게 흔들리고있지 않은 것을 알수있다.
최교수가 이같은 결론을 내리게된 동기는 부모·장남가족이 서로 자유롭고 독립된 생활을 위해 자발적인 분거(20%)라기보다는 대부분 직업(55%) 경제적 문제(9%) 가족간의 갈등(14%)등 어쩔수 없는 분거(78%)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따로 살고는 있지만 부모집의 크고 작은 일엔 장남이 꼭 참석, 상의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최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부모가 장남에게 상의하는 내용은 동생들의 장래문제(42%)와 재산관리(17%)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게 상의하는 것은 가족문제도 많지만 자신의 직업·자녀·재산관리문제(27%)도 논의되고있어 서구식의 핵가족과는 거리가 멀고 상호협조를 하면서 두 가족이 하나의 가족의 기능을 하고있다는 실명이다.
가족이 같이 모이는 회합의 경우는 명절(25%)과 생일(27%·주로 부모)때가 가장 많고 장소는 부모집(70%)이 압도적이다. 장남의 집에서 모이는 경우는 3%에 불과해 부모를 공경하고자하는 태도는 아직도 「효」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가족윤리의 근본이 되고있음을 알수 있다. 이같은 가족 윤리와 효의 개념은 부모가 병이 났을때 자식의 대다수(78%)가 병간호에 적극 나서고 있음으로도 증명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의 장남 분거가족은 서구의 핵가족개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 최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족관계는 당분간 부모와 장남간의 분거가 증가하겠지만 근본적인 분거(서구개념의 핵가족)는 아니고 대가족제도의 전통을 가지고 상호보완관계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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