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가격의 대폭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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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상 유례 없는 비료 판매가격의 대폭인상이 발표되었다.
그것은 농가의 직접적인 생산비 상승과 연결될 것이라는 단순논리에서가 아니라 최근 일련의 주곡관련 정책이 하나의 큰 방향전환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충격적이라 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재정부담의 한계론이 대두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일반적이었다.
그동안 농정의 2대지주로 기능해온 양특과 비료계정의 운영을 개선해야될 필요성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이 두 계정의 적자누증이 이미 일반재정의 10%를 넘는 규모로 누적되었다는 사실은 농정의 범주를 넘어 여타 경제부문에의 주름을 미치기에 충분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두 계정의 운영개선을 내세웠을 때 그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제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구체화되어온 일련의 운영개선방안은 모두가 소비자와 생산자인 농민의 부담에만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왔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4월의 정부미 방출가 인상이나 낮은 하곡·추곡수매가 책정이 모두 재정한계를 앞세운 부담전가의 함축을 훨씬 강하게 노출시켰다.
이번의 비료판매가대폭인상도 결국은 누적된 비료계정의 적자를 농민들의 부담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자세를 단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부의 자세는 근본적으로 주곡생산의 안정적인 기반조성이 완료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우리의 농업생산은 이제 그 생산비나 적정이윤을 보상하기에 충분한 가격지지를 받고 있는가, 또는 중간 투입 재의 재정지원 없이도 수익성의 악화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인가, 이런 일련의 의문들에 대한 해명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결코 농정의 기본방향이 바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당면한 재정적자의 완화는 불가피한 요청이나 그것은 주곡 증산이라는 양보될 수 없는 기본방향을 그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적자완화의 수단이 생산자의 일방적인 부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와 같다.
더우기 올해 추곡의 수매가가 이미 농가의 수익 율을 현저하게 떨어뜨린 수준에서 결정된 지금 다시 비료값을 평균 79·2%씩이나 올린다면 증산의욕이 크게 저하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는 그동안의 유류 대나 전기료 등 비료생산 원가상승요인을 몰라서가 아니라 일시의 급격한 현실화가 몰고 올 엄청난 충격에 더 유의했어야 옳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대폭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년 말까지 1천여억원의 적자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매가격에서 충분한 보상이 보장된다면 비료와 같은 중간 투입 재의 지원은 지양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양특 쪽의 사정을 볼 때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추가적인 계정적자는 단계적으로 정부재정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직적인 비료인수 체계도 차제에 재검토할 필요가 절실한 것이 아니겠는가.
또 한가지 지금까지의 실수요자할당판매 제도나 수출제한을 철폐한 것은 공급 면의 애로가 완화 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기대수준이나 수요증가추세에 비추어 절제 없는 수요확대정책이 수급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에도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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