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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박 대통령 희망대로 광복군 표지석 곧 준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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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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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헤이그 한·중 정상 회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과 일본 간의 과거사 공방이 국제무대에서 ‘제2 라운드’를 맞이하고 있다.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후(현지시간) 첫 일정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느 정도 수위에서 대일 압박 공동전선을 펼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시 주석이었다. 그는 “내가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건립하도록 직접 지시를 내렸었다”며 “이는 양국 국민들의 유대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박 대통령께서 시안(西安) 근교의 광복군 주둔지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할 것을 희망했다”며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건설하고 있고 조만간 준공돼 제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받아 박 대통령도 “양국 국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 설치는 한·중 우호협력 관계의 좋은 상징물이 될 것”이라며 “시안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 설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테러리스트’라고 못 박은 안중근 의사를 공통화제로 ‘양국 국민의 유대 강화’ ‘양국 국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란 화답을 주고받은 것은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입장에선 한·미·일 정상회담에 응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과거사 부정 움직임을 결코 용납하진 않을 것이란 일본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그를 위해선 중국이란 ‘우군’을 잡아둘 필요도 있었다. 중국 또한 한·미·일 회담이 결코 중국을 고립시키는 회담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을 한국과 일본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있었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발표문에는 과거사나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한국으로선 어렵게 만들어진 한·미·일 정상회담의 판을 사전에 깰 경우의 부담을 고려해 적정한 수위조절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4일 “안중근에 대한 입장은 일·한 사이에 전혀 다르다. 일방적인 평가에 근거한 주장을 한국과 중국이 연대해 국제적으로 전개하는 듯한 움직임은 지역 평화 및 협력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또 전날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했던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특보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견해며 고노담화 수정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중 간 공동전선 구축을 견제하면서도 외교적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는 고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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