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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게 좋아요, 「물질만능」경계해야 합니다."-근혜양, 「나라사랑하는 마음」주제로 TBC서 특별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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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 영애 근혜양은 14일 하오7시35분부터 1시간동안동양 「텔리비젼」특별 「프로」에 나와 지영선(중앙일보) 김명숙(조선일보) 이경희(코리아·헤럴드)등 3명의 국내여기자와 회견, 「바람직한 한국의 여인상」, 「아버님의 근황」,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등에 대해 평소의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근혜양의 회견내용.
-역사 속에 나타난 한국의 여인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유교관념이 뿌리 박혔던 우리의 과거시대에 한국여성들은 안팎으로 많은 제약을 받고 활동 같은 것이 나타난 적이 벌로 없던 것 같아요.
그것은 능력에 앞서 사회적 환경이 크다고 보는데요, 그러는 가운데서도 우리여성들은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그시기에 맞게, 평화시기에는 그 평화시기에 맞게 맡은바 책임을 묵묵히 실천해 왔잖아요.
옛날에 우리나라 여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생각돼요. 여성의 천직이 희생과 봉사와 인내와 사랑에 있듯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머니 상이라는 것은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들을 훌륭히 키우기 위해 그 어려운 살림을 이모저모로 꾸려나가고 또 자녀가 잘못해도 천번 만번 용서해주는 그런 자애로운 어머니죠.

<여성지위 높인 새마을참여>
신사임당같이 자녀교육도 훌륭히 시키고 서예나 그림에도 뛰어나서 후세의 우리에게까지 이름을 알린 여성도 있는데 역시 그분도 그 시대에는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고 보아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여성들이 가정에 대해 봉사만 하고 희생만 하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처음에는 어려운 시집생활에서 고생이 많았지만 오직 봉사와 인내의 덕을 통해 차차 차차 가정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바로 그 가정을 이끄는 역할까지도 해왔다고 생각돼요. 남성이 가정의 머리에 속한다고 하면 여성은 바로 가정의 마음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요즘 여성의 자유를 부르짖으면서 남성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여성의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여성은 그런 시대의 사조나 풍조 같은 것에 물들 수가 없고 물론 물들지 않은 그런 긍지를 지녔다고 생각돼요.
여성은 여성다울 때 가장 존중받을 수 있고 또 가치를 발 할 수 있잖아요.
-역사 속에 나타난 한국여성의 전통은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다고 보시죠?
『우선 우리여성의 전통을 이어받아 훌륭히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에 적극참여하고 있는 농촌의 부녀자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여성의 활동은 여성지위향상을 위해 기여를 했다고 생각돼요.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새마을지도자대회가 있었죠. 거기서 여성지도자도 나와 당당하게 훌륭한 업적을 얘기했는데 우리에게 있어 새마을 여성지도자라는 말이 그렇게 생소한 말이 아니지 않아요. 그만큼 여성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위를 높였다는 것은 숨은 노고와 노력이 컸다고 보아요』
-육 여사께서는 훌륭한 일 많이 하셨는데요. 돌아가신 어머님 일을 특별히 신경을 쓰고 관심을 쏟은 일은 무엇인지요.
『어머니는 평소의 신조가 인내하고 노력하고 성실히 사시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돌아가시는 날까지 충실하게 실천하셨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께서 대통령이 되신 후에도 어머니는 어렵고 무거운 짐을 맡아 조용한 가운데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생활하셨어요. 그러기에 자연히 어머님생활은 고달프셨고 오히려 어머님은 그 고달픔 속에서 보람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서로 돕는 일이 나라 위한 길>
어머님께서 살아 계실 때 항상 내 자신이 고달파야 남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는데 지금도 그 말씀이 생생해요.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을 맡아서 해보려고 노력도 하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며칠 전 야간무료진료「센터」가 개원이 됐는데 그런 것은 여러 의미에서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을 가진 사람은 기술을 나누고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을 같이 나누고,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과 같이 나눠서 그 인간적인 바탕에서 서로 돕는 일이 펼쳐질 때 그때 진정 복된 국가가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어려움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측에서 먼저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 사회보장제도의 어떤 기반을 닦았으면 싶어요.
생전에 어머니께서 식생활개선 같은 것도 관심을 많이 가지셨는데 그런 일도 많이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20대 젊은 「퍼스트·레이디」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또 개인 적으로 어떤 소망을 갖고 계신지요.
『개인적으로 미래에 대해 갖는 꿈이 있다면 굉장히 모순이 되겠지만 그런 것도 갖고 있어요. 햇빛이 많이 비치는 밝은 조그만 집과, 그리고 뜰이 조그맣게 있고 꽃나무가 몇 그루 있고 조용한 생활하는 것 말예요. 가끔 정다운 사람이나 친구를 불러 차도 끓이고 과자도 만들고 손님을 기다리는 생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여유 있는 생활,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날이 갈수록 아버님에게 반하게 된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옆에서 보고 도우시면서 보신 대통령 아버님에 대해 한 말씀해주십시오.

<석유라도 펑펑 나왔으면…>
『아버지를 생각할 때는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생각나요. 아버지께서는 나라 일을 봐오시는 가운데 크게 가능성이 없다든지 안 된다 하는 일들을 된다고 주장을 하시면서 해 오신 일이 많아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거기에 또 국민들이 모두 땀흘려 일하고 단결하여 오늘과 같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아버지도 그러시고 우리국민모두가 바라는 일 중의 하나는 석유 같은 거라도 어디서 펑펑 쏟아져 가지고 신문에 큰 「타이틀」로 나와서 장식된다면 우리아버님의 그동안의 노고도 그렇고 우리국민들의 그동안의 고생도 씻겨질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님에게는 항상 많은 일이 산적해 있고 마음 쓰실 곳이 한 두 가지가 아닌바 항상 여유를 갖고 일하시는 게 아버지의 특징 이예요. 아무리 추운 날이나 더운 날이나 간에 아침에 일어나시면 문을 활짝 여시고 매일같이 운동을 하시죠.
또 국난을 당했을 때 강한 소신으로 그것을 극복하시는 용기를 지니신 것도 특별한 점이 예요. 안 된다는 것을 된다고 하는 신념을 갖고 주장하셔서 밀고 나가 그게 성취됐을 때에는 아버지께서 긴 안목을 지니셨으며 그렇게 강한 신념을 지니셨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돼요.
그런 강한면이 있으신 반면에 아버지는 참 인간적이시다는 것을 나날이 느끼게돼요. 예를 들면 며칠 전에 아버님 방을 좀 고쳤는데 아버님이 책상을 옮기셨을 거 아녜요.
그때 다른 것 다 제쳐놓고 제일 먼저 갖다 놓으신 게 그전에 있던 자리에다 어머니사진을 갖다 놓으셨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얘기도 안 하시고 내색도 안 하시지만 얼마나 그 애틋한 마음을 지니고 계신가 느껴져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었어요. 또 저녁때 가끔가다 단소를 부시는데 불을 너무 밝게 해놓고 부시면 그렇게 기분이 나는 게 아니라고 하시면서 어둡게 해놓고 부셔요. 곡도 슬픈 가락을 부시는걸 보면 참 아버지도 감상적인 때도 있구나 하고 느껴요.
또 집에 밀감이 달린 나무가 있었는데 조그만 나무 가지에 비해 열매가 너무 많아서 가지가 힘겹겠다고 하시면서 그걸 골고루 따 주셨어요. 이만하면 힘이 덜 들겠다 구요. 또 지난번에 고속도로 개통 때 강릉에 가신 적이 있었는데 경포대쪽에 오리들이 많이 있어요.
그 오리들이 사람이 가까이 가거나 차가 많이 지나가도 조금도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있거든요.
거기 지나가던 사람이 「택시」운전사에게 여기 오리들은 사람이 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태평하냐고 그랬더니 그 운전사가 대통령 「빽」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구요. 그 얘기를 아버지께서 우연히 전해 들었어요.
그리고서는 아버지께서 원칙적으로 소위 말하는 「빽」이란 것을 참 싫어하시지만 그렇게 미약한 동물인 새들의 「빽」이 라는 것, 즉 사람들이 총 쏘면 그저 죽고 날아가고 자기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는 새들에 아버지가 보호자다, 그런 게 그렇게 자랑스러우시고 좋으셔서 그 얘기를 여러 사람에게 농담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아버님이 소중히 하는 것>
아버지께서는 너무도 하시는 일이 많으시니까 그것을 다 얘기할 수는 없어요 그 가운데 새마을 운동은 부강한 농촌을 이루기 위해 힘을 기울이신 일이 예요. 그 새마을 정신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지니신 철학의 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왜냐 하면 그 새마을운동이란 것은 가난을 세습하듯 물려받았던 것에서 우리가 뭉쳐서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했기 때문에 하면 된다는 그런 신념은 아버지가 가지신 것과 상통하는 것이 예요. 예를 들어 길을 똑바로 내고 지붕을 개량하고 환경을 깨끗하게 정돈한다는 것은 아버지께서 꼭 아버지주위의 방을 정리하시듯이 하는 철학이 확산된 게 아닌가 싶어요. 아버지는 책상에다 책을 하나 놓으셔도 똑바로 갖다 놓으시거든요.
우리에게 남은 과제 중에 큰 것 하나가 공산당을 물리치는 건데 아버지께서는 반드시 국민들과 힘을 합하셔서 물리치시리라고 확신해요. 우리도 모두 그렇게 느끼고있고요』
-우리들이 오늘을 사는데 지녀야 할 양식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그 정신적 발달을 훨씬 앞질러 가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라든가, 그런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우리가 마음속에 간직해야 될 것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지니고있는 미풍양속, 즉 따뜻하게 오가는 정이라든가 또 부모님을 정말 정성껏 모시는 일 이라든가 그런 여러가지 좋은 미풍양속을 간직하고 발전시키는데 마음을 많이 써야 될 것 같아요.

<젊음 좀먹는 대마초 흡연>
또 하나는 앞으로 우리나라는 그 무엇을 바라볼 때 창문을 넓혀 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이 세계적이 되도록 힘써야 되리라 생각해요. 지금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대마초흡연이라는 것인데요. 젊은이들은 능력은 있지만 그 깨달음이 부족해서 못하고 나이든 사람은 알기는 알지만 또 능력이 미치지 못하니 못하고 그러니까 나중에 젊은 날 그렇게 그런 식으로 물들어 가지고 귀중한 시간을 놓쳐 버렸을 때 후회하지 말고 지금같이 중요한 시대에 모두가 힘을 합쳐서 세계적인 국가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올해를 보내는 소감과 새해소망을 말씀해주시죠.
『여러 가지 일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새해에 올해 보다 더 발전 것이라는 것을 믿어요. 올해 특히 우리는 초기에 국난을 단결로써 극복했기 때문에 우리가 힘을 합하면 불가능한일이 없다. 다른 나라가 쓰러지고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건재하다, 그런걸 우리가 보였기 때문에 새해에도 우리가 뭉쳐서 일하면 된다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는 새해에 많은 일을 맞이하게 될텐데 항상 어려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그 어려움을 대처해 나가느냐 하는 게 문제예요.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했듯이 이 나라 일도 서로 힘을 합해 훨씬 수월하게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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