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비망록(2)-연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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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5년 연극계는 공연「붐」속에 그 어느 해보다 외형적으로 호경기를 누렸다. 1백10여편의 공연 작품수, 「한국연극의 벽」으로까지 불리던 1만명 관객돌파성공 등이 단적으로 이를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75년에 공연된 총 작품수 1백10여편은 지난해의 80여편과 비교해 상당한 공연「붐」을 일견 증명해주는 듯 하다.
그러나 예술극장과 「드라머·센터」·국립극장·민예·실험·「에저또」·「카페·테아트르」등의 소극장·연극인회관의 4계층극장에서 공연된 이들 작품 중 「실패작」이라는 혹평을 면하는 것은 『에쿠우스』『초분』『보이체크』『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세일즈맨」의 죽음』 『태』 등 불과 5∼6편에 그친다.
이런 질과 양의 절름발이 현상 속에서도 올해연극계는 극단 자립을 위한 괄목할 만한 사항을 다수 기록해 두고 있다. 1920∼30년대의 신파극이후 한국 신극 사에서 늘 극장객석의 반수이하를 차지했던 관객의 수를 현격하게 늘린 것이 그 첫째다. 75년 들어 연극공연서 막을 장식했던 (3월) 동랑「레퍼터리」극단의 『초분』(오태석 작)에 관객 9천8백여명이 몰렸을 때 극계는 다소 흥분까지 했었다. 지난해까지는 관객 5천여명이 고작 기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랑 극단의 『초분』에 뒤이은 공연 『보이체크』(뷔흐너 작) 에도 9천여명의 관객이 몰렸고 이 열기는 실험극장의 『에쿠우스』(피터·퍼작)공연에서 폭발, 1만3천명의 관객이 밀렸다.
관객의 수가 이처럼 는 것은 극단측에서 관객유치에 일단 성공, 극단의 자립화·직업화를 암시하고 연극애호가들의 저변 인구가 확대한 경사로도 볼 수 있지만 『1∼2년 사이에 철저한 상업 극이든 고도의 예술 극이든 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애호가들을 잃을지 모른다』(한상철 교수·연세대)는 경고를 자아내고도 있다.
둘째로 기록할 사항은2∼3개 극단의 직업극단에로의 발돋움이다.
직업극단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극단의 재정문제해결을 위해 올해 각 극단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기획을 보여줬다.
동랑 극단을 선두로 연극 제값 받기 인식이 싹터 올해 연극입장권은 지난해의 5백원에서 1천원으로 고정됐고(물론 5백원으로 「덤핑」하는 극단도 있었지만)동랑·실험·자유의 3개 극단은 기획·선전비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작품제작비도 지난해의 평균1백만원∼1백50만원 선에서 3백만원 이상까지(『돈·키호테』)로 증가하기는 했으나 기획·선전비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괄목할 만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랑의 『초분』경우. 작품이 재 공연이어서 무대제작·의상비등이 크게 들지 않은 탓도 있으나 이 작품의 기획·선전비는 작품제작비의 2∼3배 이상이었다.
기획·선전에 극단들이 주력함에 따라 동랑·실험 등은 신파극이후 올해 처음으로 신문지상에 광고까지 게재하기도 했다.
올들어 기획·선전비를20%이상 늘렸다는 실험의 대표 김동훈씨는 76년부터 극단경영문제가 75년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시험되지 않겠느냐고 판단한다. 그의 소극양의 부심, 어느 때보다 까다로와진 예륜(예술문학윤리위원회)의 검열, 국립극단의 향방 등도 75년 연극계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소극장은 올해실험, 「에저또」, 부산의 「카페·테아트르」3개가 개관을 했으나 『에쿠우스』공연으로 전례없는 화제를 모았던 실험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휴관상태인데다 7년의 연륜을 쌓은 서울 「카페·데아트르」가 이미 문 닫았고 「에저또」도 곧 폐쇄할 움직임이다.
예륜의 검열은 자유의 『오장군의 발톱』(박조렬 작·문예진흥원작가지원작품)공연금지를 「피크」로 크게 노출되었는데 『극단대표들이 작품선정에 들어가면 공연도 시작 전에 위축되어 걱정부터 한다』는 것이 김정옥씨(연출가·중앙대)의 말이다.
공연 때마다 작품제작비를 개인극단의 2∼3배 이상씩(5백여만원 이상)쓰는 국립극단은 공연 후 늘 『졸작을 내놓았다』는 혹평을 75년에 면치 못했다.
그러나 「징비록』(김의경 작)·「고낭포의 신화』(윤조병 작)·『광야』(김기팔 작)·「빌헬룸·텔』「쉴러」작)등의 작품을 통해 국립극단은 점차 연출가를 세대교체 할 징후를 보이며 76년부터는 단원의 전속 제를 철저히 지켜 김동원·장민호씨 등 전속단원은 일체 국립극장무대이외 TV·「라디오」·타 극단 등의 출연을 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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