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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깊은 한국의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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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는 멋의 생활가운데 한 극치입니다. 그것은 기호나 취미를 넘어서 바로 무한한 멋과 마음의 조화를 기리게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차에 대한 희귀한 저서인『한국의 다도』를 낸 최범술스님(72)의 말이다.
경남사천 다솔사의 조실스님인 그는 차를 스스로 재배하며 차를 즐겨 마시는 차인이며 다에 관한 연구에서도 조예가 깊다. 사적고찰, 차생활의 실제, 다례, 차와 선과 멋, 차의 내일을 위하여 및 각종 차경등을 소개했다.

<보련각발행·사륙판·308면·1천5백원>
『일본의 차도는 너무 격식에만 치중해 차를 달여 마시는 고아한 취향에서 도리어 타락한 것입니다. 순수하고 천진스러움은 우리나라 다의 법도와는 도무지 비할 바가 못됩니다.』
조선시대 이후 차의 보급은 폭이 좁아졌지만 심도는 더 깊어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선시대 말기의 정다산·금추사·신자하·초의선사등 소수의 선비나 스님들에 의해 겨우 전승됐지만 그들은 당내 최고의 멋쟁이요 지성인으로서의 생활을 누렸다.
그런데 오늘날엔 그런 전래의 전통마저 거의 자취를 감춰버리고 일부 사람들에 의해 일본화하거나 혹은 골동취미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고 개탄한다.
우리나라의 다는 본시 삼국시대때 중국에서 전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구본의 그것이 한국에서 건너간 것도 사실이다. 다만 민족의 성격과 생활에 따라 각기 변모됐을 뿐이다.
차는 크게 나누어「말차」·「단차」·「섭차」로 나눈다. 수종은 동양이 다같아도 지방풍토에 따라 고유한 성격을 갖고 또 다의 가공에도 차이가 현저하다.
차재배지는 북위35도 이남.
안개가 많은 지역일수록 좋고 죽림같은 자연의 음지에서 재배된 것을 더 귀하게 여긴다.
「말차」는 잎을 말려 고운 가루로 보관하는 것..그 가루를 끓는 물에 넣고 저으면 거품이 생기면서 연즙이 된다. 일본 차도의 중심을 이루는「맛쟈」가 바로 이런 것이다.우리나라에선 고려때까지 성행했었다.
근세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이루는것은 섭차, 즉 말린 잎사귀를 뜨거운 물에 잠시 우려내는 녹차다. 차잎을 하지무렵에 마서 약간 껴서 발효시키며 하나하나 손으로 비비고 돌돌 말아서 말린다.
차 끓이는 데 있어서도 촌수를 가려야 하고 끓인 물은 일단 죽노에 얹어 80도쯤 식힌 뒤 차잎을 넣어 2∼3분에 마시도록 하면 제 맛이 난다.
다식이란 바로 이차에 곁들이는 과자다. 꿀에 송화가루를 갠 것이면 일품이고 검은깨나 찹쌀가루 다식은 버금으로 쳤다. 차 마시기에 앞서 단 것을 먹으면 다의 향취가 한결 생신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양갱을 내는 것도 그 한 방법이다.
『예부터 고려다는 명성이 높았는데 요즘엔 다를 잘못 생각들 하더군요. 재래의 차는 피로를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하는 등 현대과학으로도 인정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기이하고 번거롭게 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자연스런 생활로서 대중의 심중에 뿌리 펴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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