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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북한의 군사력과 전쟁 억제 조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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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한의 군은 우선 그 성격부터 다르다. 한국의 국군은 국가 방위에 그 존재 목적이 있는 반면 북괴군은 북한 노동당의 무장력으로써 적화 통일이란 당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그 존재 목적이 있다. 영국의 국제 전략 연구소가 발행한 「군사 균형 75∼76」에 의하면 남북한의 군사력은 한국군이 병력은 많으나 전차·포·잠수함·항공기수 등 장비면에서 북괴군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별표).
이 통계는 공개된 각종 자료를 준거로 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늦고 빠진 것도 적지 않아 남북한 군사력이 대체로 사실에 비해 낮게 평가되어 있다.
「군사 균형」에는 남북한의 병력이 62만5천대 46만7천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 북괴군의 병력은 약 55만이어서 병력상의 차이도 별로 크지 않다.
북괴 전투사단은 9천명 정도의 병력으로 조직돼 병력면에서는 우리 전투사단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러나 북괴군은 전투병력 비율이 높고 화력 및 기동력 장비가 우세하다. 사단뿐 아니라 각 제대급이 모두 우리보다 상당히 강한 화력을 갖고 있다.
해군력에 있어서 북괴는 동서해가 분리되어 있는 지리적 애로를 최근 동서 해의 해군력 균형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우리 해군력이 비교적 대함 중심이었던데 비해 북괴는 소형·쾌속정·잠수함 위주로 연해 작전과 기습 공격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 최근 우리도 「하푼」 등 함대함 「미사일」과 유도탄 적재 쾌속정을 도입, 건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괴가 8대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자체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육·해·공군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공군력이다. 「군사 균형」에 의하면 남북한의 항공기 댓수는 3백47대9백7로 되어 있다.
그중 전투용 항공기만 따지면 2백16대5백88이란 큰 격차를 보여준다.
우리는 신예전폭기 F5E를 도입한데 이어 미국으로부터 F5E 및 F 60대와 F4E를 구입키로 하는 등 격차 해소에 노력 중이다. 그러나 북괴도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그들도 「미그23」을 도입한 듯한 징후가 보인다.
후방 조직으로 북괴는 상당히 무장된 26만 교도대, 1백26만 노농적위대와 70만 붉은청년근위대가 있다. 그 외에 학도군사훈련 및 민간 반항공기구도 있다. 우리의 향토예비군·민방위대 및 학도호국단은 이에 상응하는 조직이라 하겠다.
군대의 배치면에서 볼 때 우리가 전선 중심인데 비해 북괴는 전선 이외에 내륙·동서해안에 모두 정규군과 전차·「로키트」·포·강갑차·고사포 등을 배치, 전후방의 차이가 적은 전역 방어 체제를 취하고 있다.
미군축국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북괴는 군사 예산으로 71년에 7억 5천만「달러」72년에 5억「달러」, 73년에 6억2천5백만「달러」, 74년에 7억「달러」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중 무기 도입에 70년 6천만「달러」, 7l년 1억6천5백만「달러」, 72년 1억3천5백만「달러」, 73년에 1억4천만「달러」를 썼다고 한다. 물론 공산국가의 군사비 및 무기 도입이 추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군사전문가들은 74년의 경우 한국은 GNP의 4.2%를 군사비에 투입한데 비해 북괴는 감춰진 것을 합해 약13.9%를 투입한 것으로 분석한다.
군사비의 구성 비율도 북괴의 경우는 전력 증강비가 압도적으로 높다. 북괴는 62년이래 4대 군사노선을 강행한 결과 상대적 우위의 군사력을 확보하고 전략 면에서는 적극 방어 태세를 확립했다.
장비적 견지에서도 독자적으로 단독 전쟁을 수행할 전력의 유지·전개와 우리나라 지형에서 싸울 수 있는 새 교리 발전에 힘썼다. 그뿐 아니라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배합하는 능력 제고와 단기전은 물론 지구전에 대비한 전략 물자 비축 및 산업의 분산이 완료 단계에 있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북괴가 정규전이든 비정규전이든 수행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다만 우리 국민 및 국군의 대비 태세와 미국의 지원 태세가 이를 억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경우 북괴의 권력 구조상 군부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인민 무력 부장 최현이 당서열 5위, 군총참모장 오진우가 6위라는 군부의 득세는 분쟁에 대비한 전시체제·군사통제 체제라 볼 수 있다. 군부의 발언권 강화는 일반적으로 자칫 남북 상황에 대한 오판 가능성과 어떤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을 앞세울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북괴는 우선 한국에서의 전쟁을 국제전화 하지 않고 1대 1로 남북한이 싸운다면 그들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지원이나 국제적 지원을 배제하고 단독 도발을 하려는 게 북괴의 목표인 듯 하다. 단독 도발의 경우도 전면전, 한수 이북 등 국지에 한정된 국지전, 후방 교란의 「게릴라」전이 상정될 수 있는데 북괴가 이 세가지를 모두 도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북괴의 도발에 의한 전쟁의 참화를 피하기 위해선 우선 그들이 승산을 오판하지 않도록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면서 우리의 국력 및 국방 태세를 강화하는 도리밖에 없다. 「유엔」 군사가 해체되더라도 주한 미군은 상당 기간 계속 한국에 주둔할 것이다. 미군의 주둔을 확보하면서 북괴보다 상대적으로 우세한 국력과 군사력을 발전시키는 게 가장 안정된 전쟁 억지의 조건이라 하겠다.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상대적 강점인 만큼 이 강점을 살려 가면서 화력·기동력·공군 및 해군력을 강화하고 전술 교리·군편제 및 장비의 토착화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군사력의 균형을 이뤄야겠다. 현재로는 그 전망이 비교적 어둡지 않은 편이나 상대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군비경쟁과 군사비의 증대가 경제 및 국민 후생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외교를 통한 국제 연대의 추구와 긴장완화의 노력도 이에 못지 않게 요청된다 하겠다.

<세미나 참석자>
이기원(국방대학원 교수)
이한철(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강재윤(동서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성병욱(사회·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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