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씨의 「키신저」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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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키신저」미 국무장관이다. 그는 마치 열 손가락으로 열 가지 사물을 동시에 휘어잡으려 하고 있다고 모택동은 비꼬아 말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그는 쉴 사이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그처럼 일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도, 그처럼 자기 능력에 절대의 자신을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이를 그의 친구인 「찰즈·이슈먼」은 어렸을 때의 욕구불만, 시원치 않은 풍채에 대한 열등감, 또는 사회적인 결연감을 무의식중에 메워 나가려는 심리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키신저」는 드물게 보는 「마키아벨리」적 인간형에 속한다.
사자와 같은 가슴과 여우와 같은 머리, 이것이 「마키아벨리」가 권장했던 난세의 인물이었다.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것, 이것도 「마키아벨리」적 처세훈이었다. 「키신저」를 둘러싼 미국의 권력 권도 난세나 다름없다.
그 속을 용케 헤엄쳐 나가려면 「마키아벨리」적 처세가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키신저」는 뛰어난 「카멜레온」이기도 하다. 「닉슨」이 공화당 대회에 대통령으로 입후보했을 때, 세 번이나 「닉슨」을 부적격자라고 비판했었다. 그런지 몇달 후에 그가 당선되자마자 지체없이 추파를 던진 것이 바로 그다.
그후 『「키신저」가 백악관을 물러나야 「닉슨」은 비로소 대통령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키신저」는 「닉슨」을 휘어잡았다.
「닉슨」의 신임도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닉슨」이 실각하자 그는 『따분한 친구였다』고 혹평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양식과 신념이 결여된 「마키아벨리」라는 말인가.
이것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다지 큰 관심이 될 수 없다. 문제는 권력을 타고 넘는 그의 너무 매끄러운 처세술과 외교정책에 혹은 우리가 말려들지 않나 하는 염려에 있다.
최근 「솔제니친」은 「헤럴드·트리뷴」지에 「키신저」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키신저」는 비상 탈출구를 항상 확보하고 있다. 그는 여차하면 대학으로 돌아가서 순진한 젊은이들에게 외교술을 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젊은이들에게는 아무런 비상 탈출구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여기저기 구멍을 땜질해 가듯 하는 그의 「데탕트」외교정책이라는 풍선이 터질 때, 제물이 되는 것은 미국의 정부나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그리고 비상 탈출구란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다.
『하나의 세대에게는 한개의 해석과 한개의 실험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역사의 도전이며 비극이기도 하다.』
이렇게 「키신저」자신이 쓴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가지의 대안, 하나의 해석만으로 세계를 이끌어 가려 하고 있다.
이것이 「솔제니친」의 양식의 눈에는 다시없이 안타깝고도 위험스럽게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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