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판 찾아라 … 잡힐 듯 말듯 실종기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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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실종 3주차에 접어든 말레이시아항공 MH370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인도양 남부에 모인 국제 수색대는 23일(현지시간) 나무판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날 한 민간 수색기가 나무판 여러 개가 다른 물건과 뒤섞여 있는 것을 목격했지만 수거하진 못했다. 여객기 화물칸용 컨테이너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프랑스는 이날 이 지역에서 실종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잔해물의 위성사진들을 말레이시아 정부에 제공했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인근에서 찍힌 사진들로 즉시 호주 수색팀에 넘겼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전날 MH370 잔해 추정 물체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18일 오전 찍힌 위성 사진으로, 20일 호주 정부가 공개한 위성 사진 속 지점에서 남쪽으로 약 120㎞ 떨어진 곳에서 포착됐다. 크기(길이 22m)도 호주 위성 사진 속 물체와 거의 일치한다. MH370의 기종인 보잉 777의 날개 길이(27m)와 비슷한 크기다.

 호주해상안전청(AMSA)은 나무판, 중국 위성사진, 해류의 움직임을 고려해 23일 수색 지역을 재설정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이날 “희망이 증가하고 있다”며 “신빙성 있는 복수의 단서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양 남부에서 단서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MH370의 수색은 총 26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작전으로 커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역대 수색 중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투입된 장비도 블록버스터급이다. P-C 오리온 초계기 등 항공기 29대, 군·민간 선박 19척, 위성 21개가 MH370의 행방을 쫓고 있다. 중국은 22일 군용기 IL-76 2대를 인도양으로 급파했다. 하지만 피어스 공군기지로 향하다 퍼스 공항에 잘못 착륙하는 바람에 25일부터 인도양 수색에 합류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수일 내 위성사진에 찍힌 물체 등을 발견해도 MH370 실종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물체 접근에 성공하고 MH370과 관련성이 분명해지면 이의 상태와 위치에 근거해 블랙박스 찾기가 시작된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블랙박스가 있을 법한 지점이 커졌다는 게 문제다.

 블랙박스가 위치 신호를 송출할 수 있는 기간은 30일 정도다. MH370의 블랙박스는 이미 이 기간의 절반을 바닷속에서 보냈다. 선박을 이용한 인양 작업도 간단치 않다. 인도양 남부는 험하기로 악명이 높은 바다다. 파도가 거칠고 수심은 수천m에 달한다. 현재 호주 해군의 HMAS 석세스함과 노르웨이 국적 선박이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접근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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