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 역조 9억5천만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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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무역 구조가 지니고 있는 적지 않은 문젯점들에 대해서는 각계에서 진지한 검토와 개선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역의 불균형 문제만 해도 그 시정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의 무역 구조화를 보면 그 동안의 노력이 아직도 별다른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총체적인 수출입 역조 폭만 해도 지난해의 1대 1.5의 수준에서 나아진 바가 거의 없다.
이는 곧 그 동안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온 수입 규제의 노력이 아직도 무역 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질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물론 올해의 수출 신장이 예년처럼 급속한 속도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더 큰 요인으로 지적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수출이 부진한 시기에도 수입을 탄력적으로 조절되지 못하는 이른바 경직적인 수입 구조가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우리는 정부의 더욱 강화되고 체계 있는 시정 노력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수출입의 지역별 불균형 문제는 올 들어 더욱 악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 같다.
74년과 비교한 국별 교역 추세는 입초국에 대한 입초폭이 확대되고 출초국에 대한 출초폭도 함께 확대되는 이른바 불균형의 분극화 현상이 진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두말할 필요없이 이러한 분극화 현상은 교역의 안정적인 증대를 저해하는 요소이며 호혜와 균형이라는 국제 간 거래의 본질에도 역행하는 현상이다.
항상 문제되어 온 입초국으로서는 미·일과의 거래를 들 수 있겠다.
비교적 불균형도가 심하지 않은 미국과의 거래에서도 입초 확대가 나타나 1대 1.2로 악화되었다. 이는 물론 섬유류를 중심으로 한 올 들어서 새로운 수입 규제 때문이겠지만 그 역조폭의 크기로 보아서는 덜 심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역량의 비중으로 보아서는 이 같은 수준만으로도 그 영향이 매우 큰 것이다.
불균형도에서 가장 심각한 일본과의 거래는 어떤 형태로든 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가장 높은 부문이다.
지난해 1대 1.7에까지 이르렀던 한·일간 무역 불균형은 올 들어 9월까지 다시 1대 2.1로 크게 확대되어 그 격차가 9억5천만「달러」를 넘었다. 비록 보호주의의 대두가 범세계적인 조류라 하더라도 일본이 석유파동의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협량은 이미 세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만큼 지나친 과잉보호였음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입 규제는 더욱 철저하여 동남아 제국의 경상 적자 확대를 크게 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당면한 세계 불황이 선진 공업국들만의 자기 방어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아직도 남아 있는 한 세계 무역의 안정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랑부이에」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이런 환상을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경쟁적인 수입 규제가 무엇을 결과하고 있는지에 대해 각 국이 다시 검토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수입 규제가 가장 철저했던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상 증대에 가장 역점을 두고 강조한 것은 매우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안정적인 통상 증대에 일본이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 우리로서는 매우 큰 관심사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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