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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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현재 38개교에 달하는 각종 전문대학원(58개학과)을 대폭 정리하여 앞으로는 학문의 성질상 학사과정에 설치할 수 없거나 설치돼 있지 않은 학과 및 학문영역의 전문대학원만을 운영케 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대학원에 흡수 통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안이 확정되면 현행의 경영·무역·행정·교육·신문 등 23개 전문대학원(33개학과)이 일반대학원에 통합되고, 나머지 15개 전문대학원(26개학과)만이 독립적인 운영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문교부의 이 같은 방침은 현행 전문대학원들의 학과규모가 너무 크거나, 아니면 너무 작고, 전임교수 수 또한 몹시 부족하여 충실한 대학원 교육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면상의 명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이 같은 구상이 나오게 돈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딴 데 있는 것 같다. 즉 이들 전문대학원이 지닌「대학원」이라는 명칭 자체가 대학을 포함한 한국사회 전체의 특이한 상황 속에서 일종의 거부 반응 적인 위화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 상 학력과는 관계없이 실무경험을 쌓은 중견인사를 받아들여 해당 전문영역에 걸친「인텐시브·트레이닝」을 행하는 데에 전문대학원제도의 본령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따라서 외국 같으면 그 명칭이야 무엇이든(「스쿨」·「인스티튜트」·「칼리지」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전문대학원의 기능은 대학과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교수방법과 교수조직으로 대학원정도의 교육을 실시하는데 있으며, 여기에 산학협동기관으로서의 이 전문대학원의 특색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수 자에 대해 주는 학위나 자격증 (디플로머)도 이래서 또한 다양하고 독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도 종래 한국의 전문대학원들은 그 취학동기에 있어서는 물론, 교과과정이나 학위에 관한 규정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획일성을 요구하는 등 그 실질적인 기능 면보다는 오히려 대학원이라는 명칭에 붙어 다니는 장식적 허 명성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의 현행 전문대학원 제도는 2년의 석사과정과 1년의 연구 과정 등 매우 틀에 박힌 편제아래, 외형상 일반대학원의 그것과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게 돼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입학자격에 있어서도 비교적 엄격한 제한을 두게 함으로써 이른바 학력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탈피치 못하고, 때문에 그 이수자가 받는 학위나 자격증에도 그 실질 이상의 권위주의적인 성가를 부착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족 후 일천한 우리나라 전문대학원들이 그 동안 국내 각 생산기업체의 중견급 임직원들과 현직의 공무원·교사·지역사회일꾼 등 수천 명에게 산학협동으로 전문적인 재교육훈련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고도산업사회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 업적만은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각종 공해문제와 도시계획·인구문제 등 광범한 영역에 걸친 새로운 분야의 직업인을 배출시킨 보건대학원이나 환경대학원, 그리고 농업·기술·보건위생·인간관계 등 행동과학 제 분야에 걸친 종합적인 접근방법을 함께 터득케 한 지역사회개발대학원 등을 그 교과내용의 일부 중복 등을 이유로 무조건 일반대학원과 통합해야 한다는 일반론은 전문대학원제도의 본지를 망각한 형식주의적 발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와 똑같은 논리는 경영·무역·교육대학원 등 그 밖의 전문대학원의 경우에도 해당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순수한 학문연구에 목적을 둔 일반대학원과는 달리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전문적 직업훈련 기관이자 산학협동 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원들을 그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대학원과 일률적으로 통합 운영케 한다는 것은 도저히 합리적인 시책일 수는 없다.
전문·일반 할 것 없이, 오늘날 한국의 대학원교육 전체의 개선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그 방법은 이들 대학원의 특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의 것이어야 할 것이다.
허 명을 버리고 최대한의 실을 거둘 수 있도록 교육시설과 교육재정을 더욱 충실히 확보하고, 그 특수성에 맞도록 교수조직을 개편하는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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