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제품의 40억불 수출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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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무역규모의 실질적인 감축과 세계무역구조의 급변 속에서 우리의 수출실적이 계획에 미달될 수밖에 없는 것은 불가피하다.
26일의 수출확대회의는 많은 애로에 봉착하고 있는 수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러한 방안이 반드시 적절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먼저 우리의 눈을 끄는 항목은 섬유류 수출의 권장을 위한 대담한 시설투자방안이다. 수출실적의 31%를 점하는 섬유류의 중요성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섬유류수출의 지속성이나 시설투자가치에 대해서 지나친 낙관을 해도 좋으냐는 별개의 차원의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즉 81년에 40억「달러」의 섬유류수출을 달성시킨다는 목표로 내자 6백10억원, 외자 9억「달러」를 투입한다는 생각은 섬유류수출의 경쟁성이나 장래성에 대해서 확실한 계산이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동남아제국을 위시한 개발도상국의 섬유류시설증가율이나 수출증가율을 고려할 때 섬유류 무역의 경쟁 도나 시장조건은 장차 지금 보다 개선되기보다도 어쩌면 더 어려워질 공산이 짙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물론 미-일 등 선진공업국에서도 여전히 섬유류생산과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우리가 섬유류수출을 낙관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독자적인 기술개발로 항상 새로운 섬유를 개발해서 수출하는 이들과 우리의 섬유산업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원자재의 자급률을 높임으로써 섬유류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계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충분히 계산에 넣어야 한다. 여타 개발도상국도 기존섬유를 얼마든지 합작투자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며, 오늘의 동남아제국·중남미제국도 이미 그러한 단계에 있음을 상기한다면, 독자적인 섬유제품 개발을 전제하지 않는 대규모투자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깊이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집약적인 섬유류제품은 수입 국의 노동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대표적인 수입억제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시설투자의 확대로 수출「셰어」를 늘려 나갈 때 수입 국의 억제정책이 어떻게 강화될 것이며, 그것을 외교적으로 타개 가능한 여지는 얼마나 큰 것이냐에 대해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의 섬유제품은 미-일을 비롯해서 EEC지역에서까지 제한조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제한조치를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가능성이 먼저 해명되어야 한다.
한편 중동진출을 지원키 위해서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또 건설자재수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은 이 시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금지원「채널」과 대금결제「채널」, 그리고 신용보증을 위한 금융협력이라는 금융통로의 개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코르레스」망의 직결과 거래신용의 확보라는 금융 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 한, 순조로운 대 중동교역의 확장은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국제수지사정이나 야심적인 개발계획으로 말미암은 외자도입 수요를 고려한다면 수출이 끊임없이 늘지 않고서는 모든 계획이 차질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수출 애로를 타개하는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그러나 수출애로타개의 장기적인 뒷받침은 결국 투자확대에 의존하는 것이며, 따라서 도입된 외자를 어느 부문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냐 하는 문제는 더 검토되어야 한다.
내외여건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외자도입은 어려워지기 마련이며, 때문에 원리금 상환수요가 국제수지 압박으로 반영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도입된 외자의 산업별 배분은 기회비용과 수출유발 효과를 철저히 따져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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