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경제, 다시 소에 경사"|미지, 북괴교역·외자도입 현황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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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소련에 대한 기술의존에서 탈피하려는 북괴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 다시 기술·공업시설의 도입 선을 소련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북괴는 중공노선을 따를 입장이 못된다고「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가 26일 보도했다.
북괴는 소련이 중공과의 이념분쟁에서 북괴를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통상관계를 이용하려고 한데 반발하여 70년부터 기술과 생산시설을 비 공산국가에서 도입하기 시작했었으나 지금 소련은 다시 북괴의 가장 주요한 통상대상 국의 자리를 회복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김일성은 지난7월 대외부채에 몰린 나머지 꼭 필요한 상품과 시설만을 수입하도록 지시했다고 이 신문은 일본재계소식통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그런데 소련은 지금 북괴에 수출하는 유가를 세계시장 수준으로 인상하여 북괴에 일종의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암시했다.
그리고 북괴는 2대 수출 대종 품인 철광석과 비철금속을 중-소에 집중적으로 수출하여 유가를 지불하고 있으며 중공은 소련과는 달리 세계시장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북괴에 석유를 수출한다고 동지는 말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북괴는 일본·「프랑스」·서독·호주·「스웨덴」·「핀란드」·「이탈리아」·「스위스」및「덴마크」등 9개 비 공산 국에 대해서 지고 있는 외채를 갚지 못하고, 계약이행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북괴는 일본을 상대로 수출 계약한 철광석을 절반도 공급하지 못했고, 74년 10월에서 75년 7월 사이에는 일체 선적이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75년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의 북괴로부터의 수입은 74년의 46%밖에 되지 않아 북괴경제가 큰 난관을 맞았던 징조를 보인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이런 사태는 북괴가 지난10월 6개년 경제계획을 예정보다 앞당겨 완수했다는 주장을 뒤엎는 것이라고 동지는 풀이했다.
지금 일본이 북괴에 주고 있는 통상차관은 2억「달러」인데 그 중에서 6천7백만「달러」가 상환기간을 넘기고 있고「프랑스」는 1억5천만「달러」의 통상차관을 주고 있으면서 그중 4천만「달러」가 기한을 넘겼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북괴에 대한 무역채권국가들이 지난10월 회의를 열고 대책을 협의한 결과 북괴가 그들 모두에 지고 있는 무역채무는 도합 4억3천만「달러」라는 통계가 나왔다고 동지는 말했다.
한편 공산권, 특히 북괴와 소련사정에 정통한「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지난4윌 김일성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발표된 공동성명이 소련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소련정부는 그것이 김일성의 공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소련과 북괴와 정권 및 당 지도자들과 만날 기회를 가졌던 이 전문가는 중공·북괴공동성명을 작성할 때 중공은 분명히 소련의 소위「사회제국주의」와「수정주의」를 규탄하는 구절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을 것이지만 발표된 공동성명에 그런 구절이 없는 것은 김일성의 주장이 우세했던 탓으로 소련은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괴의 기술과 공업시설의 선 도입이 다시 소련으로 돌아갔다는「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의 보도와 김일성의 주장으로 북경과의 공동성명에 중공이 항상 원하는 소련규탄의 구절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소 외무성의 해석을 한데 묶어서 생각하면 북괴는 당장 경제적 이유만으로도 중-소 분쟁에서 중공일변도의 노선을 따를 처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다가 소련정부는 북괴가 한국을 침략할 경우 소련의 현대무기지원이 필요 불가결하다고 믿고 있다고「워싱턴」의 전문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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