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도예의 현대적 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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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초석 권순형 교수(서울대 미대)도예발표는 이번 7회전으로 10년을 헤아린다. 그동안 권 교수는 재래 백자를 바탕으로 하여 형태 면에서, 혹은 유약과 소성 면에서 많은 실험을 거듭해 상당히 성과를 거둔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요즘 도예의 일반적인 속성, 즉 도자기를「오브제」시 하려는 경향을 거부하고 공예의 건실성과 실용성을 강조해 왔다. 또 그는 상업적 양산이나 장인 나름의「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꾸준한 추구를 통해 자신의 안목을 다듬으며 전통도예의 현대적 전개라는 가장 긴요한 과제를 재기하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의 민속도예는 퍽 활발해진 게 사실인데 그러나 거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종래 민속도예의 수법은 옛것 그대로의 모조와 기능의 재생에만 집착하고 또 기업으로서 유지시키려다 보니 작가적 자세를 갖추기 어렵게 돼 있다.
더구나 기능이상으로 요구되는 미적 안목이라든가. 현대적 재구성은 아직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권 교수는 거꾸로 현대도예 속에 전통도예의 특상을 도입해 발전시키고 있는「케이스」. 이른바 민속도예의 탈출구와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출품은 병·항아리·필통·푼주·찻잔 등1백여 점. 그의 개인 가마인 초이요에서 구워 낸 물건들이다.
근작에선 특히 ?변으로 생기는 녹청유나 황금유 등 잿물의 미묘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그의 독창적인 것이지만 역시 한계에 부닥치게 되므로 다시 새로운 면의 실험을 병행시켜야 할 것 같다. <신세계미술관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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