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보완적 협력이 특징|한국·이란 각료회담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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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 개막된 제l차 한·이란 각료회담은 유류파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동산유국과의 공식 협력 채널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큰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북괴와 등거리 외교를 펴고 있는 이란과 유대를 공고히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상의 의의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정기각료회담이라는 대화의 채널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자유중국 등 3개국인데 이 국가들이 우리의 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새로 통로가 열린 한·이란 각료회담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미·일등과의 각료회담이 전체적으로는 호혜의 기본정신 위에 서면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한국에 대한 지원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되어 왔던 데 비해 이번 이란과의 협력관계는 명실공히 상호보완적 협력의 필요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데 특징이 있다.
이란은 4대 산유국의 하나로 유류 무기화이래 연간 원유판매에 따른 수입이 2백40억 달러(74년)에 달하고 있으며 이를 재원으로 73년부터 시작된 제5차 5개년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낙후를 면치 못했던 이란의 경제는 ▲기술인력의 부족 ▲항만·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분야의 부진 ▲건설을 위한 기자재의 공급부족 등 여러 가지 장애에 부닥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란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과 물자의 공급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반면 오일·쇼크의 타격으로 방대한 자본수요와 수출시장의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란은 한국이 안고 있는 이같은 애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이번 제1차 각료회담과 이에 앞서 열린 실무자회담에서 한국측은 전력·농업개발·주택건설 등을 위한 장기저리차관과 뱅크·론 및 원유도입을 위한 신용공여 등 자본협력을 요청하고 시멘트 판유리 철 재 타이어 선박 화차 전선 비료 등 장기공급 가능품목의 수출 등 통상 중대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①기술협력분야에서 이란 기술자의 한국 내 훈련기술자문단의 파견 ②수산업분야에서는 이란 선원에 대한 훈련과 어업기술의 제공·최혜국대우의 합작투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③이란 내에 합성피혁·전선·문방구·슬레이트 공장의 합작건설과 ④도로 포장·철도·전력·상수도·항만·통신·주택건설의 참여 ⑤종합병원의 설립운영 등도 제의됐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는 이미 합작 계약을 끝낸 제4정유공장 건설과 관련, 나프타 분해 센터의 한국 내 합작건설문제와 양국의 교류증대에 대비한 항공협정의 체결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겪고 있는 경제개발계획 수행상의 애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산유국에 공통된 것이므로 호혜의 원칙에 입각한 우리나라의 대 중동진출은 폭넓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원유수출로 막대한 흑자를 보는 나라는 물론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집트 시리아 등도 대부분이 후진성 탈피를 위한 경제개발계획을 진행중이며 전쟁위협 앞에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국이 경제적으로 기여할 여지는 많은 셈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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