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니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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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최근 「유엔」에서의 무력감에 「히스테릭」한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엊그제는 ILO(국제노동기구)에서의 탈퇴를 시사하더니, 이번엔 상·하 양원에서 「유엔」참여를 재고하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설마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외신은 『「유엔」30년 사상 가장 심각한 존립위기』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바로 「시오니즘」에 있다. 「유엔」은 지난 10일 밤 「시오니즘」을 『인종차별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하는 「아랍」측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었다. 「유엔」결의야 별 압력도 구속력도 없지만, 미국이 앞장선 서방세계와 제3세계와의 대립을 노골적으로 나타내 보인 「쇼케이스」인 것만은 틀림없다. 「시오니즘」(Zionism)은 한마디로 유대민족의 건국운동. 서기 70년 「팔레스타인」의 유대국가가 멸망한 이래 「팔레스타인」에 다시 나라를 세우는 것은 유대인의 비원이었다.
「시온」은 유대교의 신전이 있는 「예루살렘」동쪽의 「헤르몬」산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유대인들은 이 산을 이상의 왕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시오니즘」이라면 「운동」이기보다는 이들의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1881년 유대인 박해에 대항해 결성된 『「시온」을 동경하는 사람들』(Chovevei Zion)의 조직을 통해 이 운동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 후 1897년 「테오드·헤르즐」(T·Herzl)이란 사람에 의해 「스위스」의 「바젤」에서 열린 『세계 「시오니스트」회의』는 「시오니즘」운동의 모체가 되었다. 1948년엔 기어이 이들의 숙원인 「이스라엘」공화국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시오니즘」은 여기서 귀결되지 않았다. 「팔레스티나-아랍」인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나라를 세운 것은 「아랍」세계와의 숙명적인 대립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아랍」세계는 석유자원의 배경과 함께 제3세계의 주축이 되면서 「시오니즘」은 새삼 「정치부도덕」의 표현처럼 되었다. 「이스라엘」이나 그들의 「패트런」국가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더구나 유대인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나라다. 미국 의회의 요인들이나 재력을 좌우하는 금융가의 요인들은 그 수에 있어서는 미미할지라도 영향력에 있어선 압도적이다. 여기에다 「매스컴」을 지배하는 세력들도 유대인 출신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동부는 「예루살렘」이다』는 말까지도 있다. 미국의 이지를 대변하는 동부인들은 유대출신이 많다는 뜻이다.
하긴 미국에 이주해 사는 유대인이나 그들의 후손은 무려 6백만명에 가깝다. 미국으로서는 비록 「아랍」의 눈치는 살피더라도 유대인의 존재를 거부하는 사고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의 제비용 중 25%를 감당하고 있는 미국으로는 더욱 더 못 참을 일일 것이다. 앞으로의 일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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