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을 개방하라" 일부 프랑스 문인들 협박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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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17일 「공쿠르」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프랑스」에선 불상사가 잇따르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못 탔지만 금세기 최대의 작가로 지칭되는 「앙드레·말로」 「시몬·드·보봐르」 등이 「공쿠르」수상작가로서 세계의 어느 문학상보다도 권위와 명성을 자랑해온 것이 「프랑스」의 「공쿠르」상이다.
사건의 발단은 「앙드레·지드」가 참석한 그 유명한 「가리마르」출판사를 비롯해, 돌아가며 상을 받은 대출판사 주변에 「비라」가 나붙고 부터다. 『문학상을 자유화하라』 『「공쿠르」상을 타도하자』는 등의 「비라」가 한달 전부터 난데없이 행인의 눈길을 끌었을 때 『싱거운 장난』이라고 심사위원들은 일소에 붙였었다.
그런데 지난 10월17일 「공쿠르」심사위원들이 후보작 선정발표를 위해 모였을 때 일단의 청년들이 난입하자 심각한 사태를 예상케 했다.
『×자식들』 『문학을 부패시키는 자들』 『「공쿠르」는 「부르주아」출판사의 독점물이 아니다』고 외치며 「드루앙」이라는 「레스토랑」에 들이닥친 청년들은 심사위원장 「미셸·투르니에르」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에게 「토마토·케첩」을 퍼부어 일시에 수라장이 되었던 것. 얼마 후엔 이상한 일들이 심사위원들 「아파트」에서 연달아 일어났다.
「공쿠르」부위원장이며 저명한 작가 「프랑솨즈·마레조리스」의 집에 때아닌 방화소동이 일어났으며 문학비평가 「M·가레이」, 작가 「조르지·샤랑솔」의 집 문 앞 신닦개 밑에서 「모로토프·칵테일」이 발견, 계획적인 음모로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방관해 왔던 경찰도 심상치 않는 사태에 놀라 범인색출에 나서 2명의 용의자를 연행하기에 이르렀다. 신문기자이며 작가인 「자크·티으르와」와 출판업자인 「장·E·알리에르」가 음모의 주인공으로 「파리」경시청에 연행된 것이다. 「티으르와」는 『위대한 도정의 인도』라는 처녀작을 한창 규탄의 대상이 되고있는 「가리마르」에서 출판했고, 『미국의 성서』를 역시 대출판사 「그라사기」에서 내고있다. 그럼에도 이 작가는 최근 수 차례 「콩쿠르」상 자유화라는 시위에 참가했던 것이다. 경찰에서 그는 「데모」에 앞장섰다는 사실만을 시인하면서 폭탄장치 등은 부인했으나 경찰은 가택수색 결과 권총을 발견하자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그를 구속해버렸다.
출판업자 「아리에르」는 원래 「공쿠르」상의 들려먹기에 불만이 많아 그의 출판사에서 낸 「프랑스와·쿠프리」의 소설 『머리 없는 4개의 발톱』의 서문에서 꼬투리가 잡혔다. 그는 『작가 없이는 출판사란 불가능하다. 모든 작가여, 「부르조아」출판사를 타도하라』고 부르짖었으며 작가의 인세를 현 10%에서 20%로 올리는 투쟁을 벌여 작가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작가가 어리석다는 점을 풍자한 「국제바보연맹」이란 것을 만들어 작가권익회복운동을 벌이다가 실패한바 있는 그의 이름은 현 「파리」문단(?)에 대한 붕괴작전에 불멸의 존재처럼 되어있다.
더욱 그는 「공쿠르」상 반대를 위한 「저작가권익옹호위원회」창설자의 한사람인 「티으르와」와는 절친한 사이니 경찰의 수사선에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공쿠르」상의 자유화』를 경찰에서 오히려 설교한 그는 혐의가 없어 석방되었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 걸을수록 불안에 떠는 것은 심사위원들. 『구속된 작가 「티으르와」를 석방하지 않으면 죽여버린다.』 『「공쿠르」를 자유화하지 않으면 납치하겠다.』 밤마다 으시시하게 들리는 전화소리에 심사위원들은 공포에 질려있는 상태인 것이다. 「아카데미·공쿠르」사무국장 「아르망라누」는 『우리들은 인명과 재산의 공격에 견딜 수 없다. 방화 당한 「마레조리스」는 공포에 떨고있다. 장난도 좋지만 음모는 질색이라』고 호소할 정도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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