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탕트」와 소련의 군비증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련 국방상 「안드레이·그레치코」는 지난 7일 「볼셰비키」혁명 58주년을 기념하는 군열병식에서 「헬싱키」화해정신을 찬양하는 한편으로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레치코」는 그 연설에서 결국 미국 및 「나토」일부의 「데탕트」경계론을 구실로 SALT의 진전에 구애됨이 없이 공격용 핵무기의 질적·양적 확장과 해군력 증강 및 전 해양에 걸친 군사력 배치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소련군부는 벌써부터 「브레즈네프」의 대미 SALT회담에 대해 무시 못할 반론을 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73년 「모스크바」에서의 미·소 수뇌회담이 열리기 직전만 해도 「브레즈네프」는 군부의 지지를 얻어내서 「크렘린」의 「매파」인 「피요토르·셀레스트」를 숙청할 이만큼 강력한 「리더쉽」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76년의 25차 당대회에서의 재집권여부를 앞둔 최근의 병약한 「브레즈네프」는 지금까지 자신의 「데탕트」노선을 조건부로 옹호해주었던 군부의 강력한 압력에 눌려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군부는 「브레즈네프」의 덜미를 쥐고있는 배후의 실력가란 평을 들어왔으나 최근 그들은 점차 「군부의 정치적 발언권」을 주장하면서 양성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빅토르·쿨리코프」소련군참모총장은 장래전에 대비해 『전략상의 지도력에 관한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시스템」안에서 군은 정치적·경제적 역할까지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쿨리코프」는 또한 「브레즈네프」의 미국방문을 앞둔 이 시기에 미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의 확보를 역설했으며, 군기관지 「적성」도 73년의 SALT협정의 의의를 높이 평가하는데 대해 『그와는 달리 생각한다』는 식의 논조를 편 적이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프라우다」지마저도 「슐레진저」전 미 국방장관이 「나토」에 의한 핵의 선제사용이 가능하다고 한 발언을 꼬투리 잡아 SALT협정이 단순한 「종이 위의 협정」이 된 셈이라는 식으로 「브레즈네프」를 은근히 탓했었다.
이처럼 고개를 들고 있는 소련군부와 강경파의 군비확장론은 최근 「미사일」의 질적 강화에서 두드러지게 현실화하고 있다.
SS17·SS18·SSD 등 대형「미사일」에는 속속 MIRV(개별유도복수탄두)를 장치, 실전배치 되고있다.
특히 「메가톤」급의 MIRV 핵탄두 8개를 별개의 목표에 실어 나르는 SS18은 미국의「미니트먼」유도탄기지·전략폭격핵군에 중대한 위협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미국 ICBM의 주력인 3탄두 MIRV장비 「미니트먼」3형은 그 탄두운반능력에 있어 SS18의 6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추세대로 간다면 80년대에 이르러 소련 ICBM이 운반하는 탄두중량은 5천4백36t, 미국의 4백53t을 10배 이상 앞지를 것이라고 「헨리·잭슨」미 상원의원은 경고한 바 있다.
소련은 또 최근에 SLBM(잠수함발사「미사일」)에도 MIRV를 장치, 발사실험에 성공했다. 미 해군연구소의 『프로시딩』지 8월호는 소련해군이 선제공격에 중점을 두어 항속보다도 화력에 치중한 결과 화력면에서 미 함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미국·서구·중공을 겨냥한 소련 군사력의 끊임없는 확장은 SALT나 「헬싱키」정신 등 「데탕트」 추세를 조롱하면서 자유세계의 방위에 커다란 위험으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련의 의도는 결국 「데탕트」를 세계적화를 위한 새로운 전술로 이용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요직개편에 상관없이 강력한 국방력의 확보와 미국의 세계적 책임을 강조한 「포드」미국 대통령의 7일자 연설에 깊은 공감을 표하면서, 소련의 군사력증강에 대비한 자유세계의 높은 경각심을 촉구하는 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