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문고(73) 「노리스 호튼」저 여석기 역 "현대연극입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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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는 연극을 무슨 특별한 행사나 되는 것처럼 착각한다. 혹은 하잘것없는 한량의 짓거리나 화류의 눈물과 한숨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연극이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의미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시대와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일반이 연극 속에 스며들어 있어서 현대연극 속에는 우리가 사는 당대의 모든 문제들이 투영된다.
이런 점에서 「호튼」이라는 미국의 연극학자이며 스스로 연극인이기도 한 사람은 거기에 들어있는 「드라머」의 세계에 따라 사진사의 연극이니, 시인의 연극이니, 반항자의 연극이니 하는 유형을 만들어 본다.
연극에 대한 지식과 예술적·문학적 감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씌어진 그의 『폭발하는 무대』는 시대정신과 사회상을 담은 「드라마」들을 역사적으로·비평적으로 거론해 나간다. 그런데 그것이 교육「텔레비전」강좌로 엮어졌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유파의 파악이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 현대연극에 대한 전망을 얻을 수 있는 공산이 크다. 우리가 이름들을 기억하는 수많은 현대 작가들의 세계가 선구자들의 이름과 함께 기술된다. 예를 들면 비관론자의 연극에서 「이보네스코」와 「베케트」의 이름이 「아르토」의 잔혹연극과 「카뮈」의 부조리철학과 함께 거론된다. 「해럴드·핀터」도 「에슬린」의 부조리연극과 함께 맥락을 잇고있다.
저술방법이나 유형처리가 일방적일 수 있다는 흠은 저자가 결론짓고 있는 엄숙한 축제의 연극이라는 주장에서 사라진다. 연극이 근원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지엽적인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연극의 근원성은 삶의 근원과 하나가 된다.
그런 연극론은 문학과 「드라마」일반, 그리고 문화일반에 대한 기여일 수 있다. 이상일<독문학·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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