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신당론과 연관"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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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내 노무현(盧武鉉)대통령 측근들과 구주류 사이에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 때 조직특보를 지낸 이강철(李康哲)씨가 "동교동계 없이도 내년 총선에 지장이 없다. 당을 떠나 줬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해 동교동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李전특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호남 사람들이 盧대통령이 일부러 호남을 무시하면 마음이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동교동계는 신주류를 비난하며 당내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대통령의 측근으로 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인 안희정(安熙正)씨도 "盧대통령이 DJ를 배신한 것처럼 선동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동교동계를 비난했다.

구주류의 전갑길(全甲吉)의원은 "넓게 보면 민주당은 모두 범동교동계인데 '동교동계 나가라'고 하면 모두 다 나가라는 말 아니냐"면서 "새 판을 짜려면 자기들이 떠나면 되지 않으냐"고 반발했다. 동교동계는 盧대통령 측근들의 잇따른 구주류 공격 발언이 신당론과 무관치 않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호남 출신 중진 의원은 "호남 물갈이를 통해 우리를 고사시켜 '노무현당'을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했고, 설훈(薛勳)의원은 "구주류를 배제한 노무현 신당은 총선에서 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정배(千正培).신기남(辛基南)의원 등 신주류 강경파들의 신당 논의는 더 본격화되고 있다. 千의원의 지구당위원장직 사퇴에 이어 25일엔 辛의원 등 초.재선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바른정치모임이 千의원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千의원의 결단은 새로운 국민 공천시대로 가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중도 성향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의원은 "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盧대통령도 결국 신당 창당을 택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른 의원은 "盧대통령이 가는 쪽으로 따라갈 것"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주류 중진들은 신당론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김원기(金元基)고문은 "당 개혁안이 뜻대로 안되니까 화풀이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고, 이상수(李相洙)총장은 "누구를 떼어내고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해찬(李海瓚)의원도 "'페이퍼 신당'이 실효성이 있겠느냐. 조급증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이들은 신당 창당 방식보다 물갈이와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당 개조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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